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실상을 세상에 알린 할머니들의 용기를 기리는 '기림의 날'이다.
민간에서 기념해 오던 이날을 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국가 기념일로 제정했다.
지난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학순(당시 67세) 할머니가 일제의 야만적인 만행인 위안부를 한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고 김학순 할머니 당시 "마음속에 묻어 있는 것이 일본 사람들한테 항의하고 싶은 생각… 너희가 없다고 했지? 현재 내가 이렇게 살고 있어. 엄연히 산 증인이 있는 데 없다는 소리가 말이 되느냐"
만 16살, 꽃다운 나이에 만주 일본군 부대로 끌려가 혹독한 고초를 겪은 김 할머니의 증언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고, 한국내에서도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비로소 세상에 입을 열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1992년, 서울 중학동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할머니들과 시민들이 모여 시작한 수요 집회는 추위에도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26년 동안 빠짐없이 열렸다.
할머니들을 잊지 말고 함께 하자는 움직임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전파됐다. 아시아지역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모임인 아시아연대회의는 6년 전, 김 할머니의 용기를 잊지 말자는 취지로 8월 14일을 '세계 위안부의 날'로 정했다.
이후 해마다 시민들이 모여 기념하던 이 날은 지난해 말 법률 개정을 통해 올해부터 한국 정식 국가기념일의 반열에 올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1세)는 "할머니들이 피해자면 대한민국도 피해자입니다. 200살 먹어서라도 이 문제 해결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고 김학순 할머니의 동상이 샌프란시스코에 있다. 세 명의 한국·중국·필리핀 소녀가 서로 손잡고 둘러서 있고, 이를 김학순 할머니가 바라다보는 형상인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가 있다.
일본은 이 동상을 없애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오사카시가 샌프란시스코에 세인트메리 센트럴파크에 설치된 위안부 기림비를 계속 유지할 경우 자매결연을 파기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지난 7월 24일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에게보냈다.
요시무라 시장은 서한에서 브리드 시장이 위안부 기림비와 관련해 에드윈 리 전 샌프란시스코 시장과 같은 생각이라면 올해로 61주년을 맞은 자매도시 결연을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시무라 시장은 또 “위안부 기림비를 샌프란시스코의 공공물에서 없애 양측 시민이 우호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의향이 있다면 자매도시 관계를 지속하는 것에 이견이 없다”고 했다. 요시무라 시장은 오는 9월 말까지 답변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드윈 리 전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지난해 11월 위안부 기림비 설치를 공식화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오사카시는 이에 간부회의를 열어 샌프란시스코와의 자매결연 취소를 결정했으나, 리 전 시장이 돌연 세상을 떠나면서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오는 9월 22일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건립 1주년을 맞아 위안부정의연대(CWJC)와 김진덕정경식 재단(대표 김한일) 등 한인단체들이 기념식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9월 말까지 철거 여부를 결정해 알려달라고 했다.
이와관련 김한일 대표는 "리 시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보궐선거를 치러 당선된 브리드 시장이 앞으로 리 시장의 1년여의 잔여임기를 채우고 다시 시장 선거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여론을 의식해서라도 기림비 철거와 같은 악수를 두진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재선이 됐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며 기림비 존손에 우려를 표시했다.
<김판겸, 박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