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일본에서도 영상 서비스 수요가 확대된 가운데, 그 중심에는 역시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가 있다.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일본에서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또한 큰 주목을 받았다. OST가 꽤 장기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킹 레코드'에서 OST를 담당하고 있는 야스코 치프 디렉터는 그 매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국 드라마에서 드라마 OST는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야기를 북돋우는 데에 필수적인 구성 요소 중 하나이다. 매회 드라마가 방영될 때마다 '그 장면에서 흐른 그 곡'으로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주요 장면을 기억하기도 한다. 일본 드라마에는 드라마 전체의 이미지를 표현한 주제가나 삽입곡이 흐르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 드라마는 OST 곡이 10곡 이상 수록되어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등장인물의 심정을 표현한 곡은 시청자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기도 하고, 드라마의 몰입을 도와준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에서는 유독 유명한 OST가 많이 탄생했다. OST가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넷플릭스가 발표한 2020년 최고 화제작으로 ‘사랑의 불시착’이 지목되었다.
드라마와 함께 OST가 오리콘 차트에 등장하기도 했다. - 출처 : 오리콘 뉴스/tvN>
야스코 씨가 처음으로 한국 드라마를 접한 것은 2004년, 한류 붐을 일으킨 <겨울연가>였다. 어머니가 <겨울연가>에 푹 빠진 것을 계기로 온 가족이 매료되었고, 드라마의 높은 퀄리티에 반했다고 한다. 그가 한국 드라마 OST를 담당하게 된 것은 2016년의 대히트작 <태양의 후예>부터다. 의사와 군인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로, 일본은 물론 아시아 전체에서도 붐을 일으킨 드라마이며, OST는 여전히 명반으로 불린다. 이후 한국 드라마 화제작은 빠짐없이 체크하고, 한국의 OST 권리자에게 찾아가 일본 OST 판권과 관련하여 협상한다. 그렇게 <사랑의 불시착>은 일본 내에서 드라마 방영 전에 협상에 성공했다. 그는 “일반 방송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방영된다고 하기에 처음에는 화제가 될지 걱정했지만, 이내 그 우려는 해소되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K-Pop 아이돌이 드라마 OST에 솔로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그룹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라 솔로로서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작년 12월에 개최된 아시아 최대의 음악 시상식 '2020 MAMA(Mnet Asian Music Awards)'에서는 <이태원 클라쓰> OST에 수록된, 싱어송 라이터 가호의 <시작>이 최고의 OST 상을 수상했다. <이태원 클라쓰>에는 BTS의 뷔도 자작곡 <Sweet Night>으로 참여했으며, 솔로로서의 진가를 발휘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시청자가 미처 몰랐던 새로운 아티스트를 알게 된다는 것도 OST의 묘미 중 하나다. 음악 감독은 대중이 잘 모르는 인디 가수를 발굴하기도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한다. 가호는 평소 R&B를 부르는 경우가 많은 아티스트였지만, <이태원 클라쓰>에서는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느낌의 노래를 불러 인기 몰이를 했다. 야스코 치프 디렉터는 “요즘 눈여겨 보고 있는 아티스트는 페퍼톤즈(PEPPERTONES)다. 일본 '시부야 음악'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아티스트로, 상쾌한 기타 팝이 굉장히 신선하다”고 전했다.
야스코 씨는 “한국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드라마 OST를 앞으로도 소개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일본 판 OST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여러 제약들이 있지만, OST를 듣는 분들이 좀 더 깊게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일본어 가사 번역에도 특히 신경을 쓴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가사가 나오는 시대이지만 OST를 구매한 분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서체는 물론 글씨 크기 등에도 집착을 한다”고 언급했다. 야스코 씨의 선택은 지금까지 옳았다. 다음에는 어떤 OST를 전해줄지 기대된다.
<KOFICE=박하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일본(오사카)/오사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