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06월 16, 2026

        


2025년 기준 필리핀을 찾은 한국인은 약 125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았다. 비록 전년 대비 수치는 다소 감소했으나, 2021년과 2022년을 제외한 2010년 이래로 한국인은 필리핀을 방문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필리핀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주로 마닐라 일대에 거주하며, 그 이외에도 앙헬레스를 비롯하여 바기오와 세부 그리고 다바오에도 거주하고 있다. 또한 한인이 많아 코리아타운(korea town)이 조성된 앙헬레스 인근에는 클락 국제공항이 자리하고 있다. 

 

국제선이 많이 취항하는 클락 국제공항은 현재 일부는 군 공항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한국이 인도한 경공격기 'FA-50PH'가 실전 배치되어 있어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지난 2024년 3월에는 양국 수교 75주년을 기념하여 공군 특수비행 팀 '블랙이글스(Black Eagles)'가 이곳에서 에어쇼(Airshow, 항공기들이 공중에서 펼치는 특수 곡에비행과 시범 비행, 그리고 최신 항공기 및 방위산업 장비 전시를 종합적으로 선보이는 대규모 항공 축제)를 선보여 현지인들로부터 뜨거운 갈채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국제공항이 있는 클락 지역은 접근성이 좋아 골프를 비롯하여 온천, 요트 투어 등 다채로운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어 한국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이렇게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앙헬레스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인가한 재외국민 교육기관 한글학교가 있다. 해당 학교는 1998년 5월, 주 필리핀 한국대사관에 '앙헬레스한국학교'라는 명칭으로 지정되며 재외국민 교육기관으로 처음 등록됐다. 이어서 2010년 3월, '앙헬레스한인학교'로 명칭을 변경했으며, 같은 해 12월에 '앙헬레스한글학교'로 다시 변경하여 재외교육기관으로 재등록했다. 2026년 현재 '앙헬레스한글학교'에는 교사 12명과 교장, 교목, 교무, 서무 등이 각각 1명씩, 총 16명의 교직원과 학생 98명이 소속되어 있다. 학교는 매주 토요일 4교시(9시~12시, 시수당 40분)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간 32주 동안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 과정은 유치부부터 초·중·고등부, 다문화 및 성인을 위한 한국어반까지 폭넓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격주로 진행되는 4교시 특별활동 시간에는 태권도, 서예, 전통 놀이, 무용 등 한국의 얼을 심어주는 문화 수업이 열린다. '한국을 사랑하고 세계를 돕는 자랑스러운 한국인 양성'이라는 목표 아래 역사문화캠프, 삼일절 글짓기 등 다양한 행사도 병행한다. 평일에는 현지 학교에서 영어와 필리핀어로 공부하던 아이들이 토요일이면 서툰 발음으로 "선생님,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모여드는 이곳은 필리핀 동포 사회의 현재이자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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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헬레스한글학교 운동회 - 출처: 통신원 촬영 >

 

재외동포 자녀들이 자신들의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필리핀 공교육 현장에서는 한국어에 대한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필리핀 학교에 한국어가 정식으로 도입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9년 전인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레오노르 브리오네스(Leonor Briones) 교육부 장관은 2009년부터 시행된 '제2외국어 특별 프로그램(SPFL)'의 일환으로 한국어를 정규 외국어 과목으로 도입했으며, 수도권 내 10개 공립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시범 사업으로 시작됐다.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등에 이어 주요 외국어 대열에 합류한 한국어는 도입 초기부터 학생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24년에서 2025학년도 기준, 한국어 수업은 필리핀 전역 13개 지역 69개교로 확대됐으며, 총 수강생은 4,810명에 달한다. 현지 교사 168명 또한 주필리핀 한국문화원(KCC)의 지원 아래 전문 강사로서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필리핀 학생들이 한국어 학습에 열광하는 배경에는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동경을 넘어선 '현실적인 수요'와도 관련되어 있다. 필리핀 관광부(DOT)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은 필리핀 관광 산업의 최대 소비층으로, 이들이 창출하는 경제적인 효과는 막대하다. 이에 따라 현지 호텔, 리조트, 항공사 및 서비스 산업 전반에서는 한국어 소통이 가능한 인력 수요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그러므로 필리핀 학생들에게 한국어는 단순히 성적을 위한 과목이 아니라, 졸업 후 관광업 분야 취업 문을 여는 ‘열쇠’이기도 하다. 필리핀 교육 당국이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적극 도입한 것도 이러한 산업적 요구와 일정 부분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2026년 3월 4일, 필리핀 정치 심장부인 말라카냥 궁(Malacañang Palace)에서는 양국 교육 협력에 있어 새로운 장을 여는 역사적인 행사가 열렸다. 한국 대통령이 필리핀을 국빈으로 방문하는 일정에 맞춰 진행된 이번 행사는 한국 교육부와 필리핀 교육부(DepEd)가 '공립학교 내 한국어 교육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공식 갱신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Ferdinand Marcos Jr.) 필리핀 대통령이 함께 한 자리에서 체결된 이번 협약은 소니 앙가라(Sonny Angara) 필리핀 교육부 장관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앙가라 장관은 "이번 갱신은 단순히 새로운 언어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 우리 학생과 교사들에게 세계로 나아가는 기회의 문을 여는 것"이라며, 한국어 교육의 제도적인 정착과 문화 교류를 통한 양국 우호 증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양국은 교육 과정 전문화, 한국어 교육 전문가 파견, 현지 교사 역량 강화, 그리고 최신 교수 학습 자료 제공 등 전방위적인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한국어는 재외동포 자녀들에게는 고국과 연결되는 '상징'이자, 필리핀 청년들에게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기회'가 되고 있다. 앙헬레스한글학교 아이들의 서툰 한국어 인사부터 말라카냥 궁에서 맺어진 국가적인 약속에 이르기까지, 한국어는 이제 양국을 잇는 단순한 소통 수단을 넘어 가장 견고하고 미래지향적인 가교로 자리 잡았다. 이번 교육 협력 갱신이 마중물이 되어, 앞으로 양국이 언어 장벽을 넘어 상호 문화를 깊이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동행'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KOF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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