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미 연방 대법원에 제출된 글렌데일시 소녀상 철거소송 대해 '법정 조언자 의견서'(amicus brief)를 제출했다고 가주한미포럼(KAFC)의 김현정 사무국장이 24일 밝혔다.
‘법정 조언자 의견서’란 소송 당사자는 아니지만 소송 결과에 따른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나 단체가 법원에 제출하는 탄원서 성격의 서류다.
2013년 글렌데일에 소녀상이 세워진 후 고이치 메라 등 일본계 주민은 2014년, 연방법원에 글렌데일 소녀상을 철거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2014년 여름에 기각됐고, 2016년 항소심에서도 역시 기각되었습니다. 이후 원고들은 미 연방 대법원에 상고 신청을 했다.
고이치 메라 등 원고는 연방 1심에서 패한 후 캘리포니아 주 법원에도 비슷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기각, 2심에서도 기각된 상태다.
김 사무국장은 "일본정부가 고이치 메라 등 원고측을 지지하기 위해 제출한 의견서를 검토한 변호사는, '논리가 빈약하고 이전에 주장했던 것들을 그대로 반복하는 수준'이라는 평을 내놓았다"며 "일본정부의 의견서 이외에도 일본 극우주의 단체들은 또 하나의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일본정부는 이 의견서에서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다면 KAFC는 이에 대해 반박했다.
1. 글렌데일의 소녀상은 단지 한반도에서 끌려간 피해자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14년의 기간동안 일본 제국군에 의해 성노예 피해를 당한 10여개국 출신 수십만명의 피해자를 상징하는데, 이 문제가 마치 한일간의 외교갈등인양 왜곡, 폄하, 축소하고 있다.
2. 2015년 말 "한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의 전쟁범죄 중 하나인 성노예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는 주장은 근대 역사상 가장 대규모로 이루어진 정부주도 성노예 인신매매 제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몰염치하고도 한심한 주장이다. 한국 뿐 아니라 해외의 피해자들도 이 밀실합의를 맹비난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한국민들도 이 합의의 무효를 요구하고 있다.
3. 미국의 연방정부와 지방 자치체들은, 범죄를 저지른 당사국이 인정을 하던 않던 간에, 대규모 인권침해 사례의 피해자들을 기리고 교육의 기회로 삼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홀로코스트에 대해 책임을 지고 교육을 하는 독일과, 2차대전 중 일본인 강제수용에 대해 책임을 지고 교육을 하는 미국이 좋은 예이다. 반면에 일본정부는 지금도 역사를 왜곡,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4. 일본정부는 작년 2월, 외무성 차관이 유엔 CEDAW(여성에 대한 차별철폐 위원회)에서 한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었다"는 주장을 일본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며 의견서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일본정부가 의견서에 언급하지 않은 내용은, 유엔 CEDAW 위원회는 일본정부의 그런 입장에 대해 강한 비판을 내놓았다. 일본 정부 관료와 지도자들이 책임회피 발언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다시 한번 트라우마를 입히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며,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고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식적인 사죄를 하라는 등 구체적인 권고를 했다는 사실이다.
한편 글렌데일의 시립 중앙도서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은 2013년 7월 30일 제막식을 가졌다.
이 소녀상은 주한 일본대사관 맞은 편 소녀상과 같은 김운성·김서경 부부 작가가 똑같이 새로 만든 작품이나 글렌데일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설명하는 석판이 추가됐다.
‘평화의 소녀상’이 해외에 세워지는 것은 당시 처음이었으며, 위안부를 기리는 상징물이 미국 서부지역에 들어서는 것도 처음이었다.
이 소녀상의 건립은 지난 2007년 마이크 혼다 전 연방하원의원이 발의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지원하기 위해 구성된 한인 동포 단체 가주한미포럼이 주도했다.
이 단체는 결의안 의결이 성사되자 캘리포니아 지역 공공부지에 위안부 기림비 건립을 추진해왔다. 글랜데일 시정부는 매년 7월 30일을 ‘일본군 위안부의 날’로 지정하고 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온 글렌데일 시정부는 시민 왕래가 많은 시내 중심 부지인 시립 중앙도서관 앞 공원을 소녀상 건립부지로 제공했다. 이에 일본 극우주의자들은 건립부터 현재까지 방해와 철거에 혈안이 돼 있으며, 이제는 일본정부도 가세해 철거 소송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글렌데일 소녀상 옆에서 기념 촬영을 하며 철거를 주장하고 있는 일본극우주의자들.
<김판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