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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군자(91) 할머니가 2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기자가 처음 고인을 뵙던 건 2007년 2월이었다. SF 정치교육센터에서 열린 ‘내가 살아 있는 동안’(As Long As I Live)을 주제로 일제 만행을 고발하는 증언 집회에서였다. 

 

당시 김 할머니가 한국어로 말하면 옆에 있던 통역사가 그분의 말을 영어로 통역해 참석자들에게 전해줬다.

 

그분의 첫 마디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1926년생 김군자입니다. 
또 창피스러운 거 얘기 하겠군요.”라고 말했다. 

 

그 말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던 기억이 있다. 그 창피스러운 이야기는 일본군 위안부로서 겪었던 끔찍했던 일들이었다.  

 

고인은 심부름을 나갔다 중국 지린성 훈춘 위안소로 끌려가 한순간에 위안부가 됐다. 그의 나이 이제 막 피어나는 꽃같은 열일곱(1942년) 때였다.

 

그곳에서 탈출을 몇 차례 시도하다 잡혀 안 죽을 만큼 맞았다. 

 

김 할머니는 일본군의 구타로 고막이 터져 왼쪽 귀가 들리지 않았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왼쪽 편에서 말하면 잘 듣질 못하셨다. 고인의 고통은 우리가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상상 너머였을 것이다. 

 

그렇게 3년을 지옥에서 보내고 해방 뒤에야 두만강을 넘어 김 할머니는 고향인 평창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위안소로 끌려가기 전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와 재회했다. 사랑으로 아픔을 치유하고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할머니의 인생은 하지만 순탄치 않았다. 집안의 반대로 정인이 목숨을 끊었다. 

 

그와의 사이에 낳았던 딸은 5개월 만에 숨졌다. 비극적인 삶에 지친 김 할머니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일곱 번이나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 노점을 하며 홀로 살다 1998년 나눔의 집으로 왔다. 그러면서 위안부의 참상을 알리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2007년 미 하원에서 위안부의 참상을 증언했다. 미 하원이 "(위안부가) 20세기 최대 인신매매 가운데 하나"라는 내용의 '위안부 결의문'을 채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또 김 할머니는 평생 모은 돈을 기부했다.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생활지원금을 사용하지 않고 모아 2000년 5000만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 제1호 기금 출연자였다. 총 2억5000만원이 넘는 전재산을 기부했고 세상 떠나는 마지막 길에 신세지기 싫다며 본인의 장례비 500만원만 남겨놨다. 

 

김 할머니는 돌아가시는 그 순간 무엇이 떠올랐을까. 아마도 고인의 생은 열일곱, 일본군에게 잡혀가던 그날 멈췄을지도 모른다. 

 

그날 일본군이 김 할머니를 잡아가지 않았다면 아들·딸·손자·손녀들이 보는 앞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그 평범한 삶을 일본정부가 무참히 짓밟았다. 김 할머니와 같은 수 많은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도 받지 못하고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한국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이제 37명 남았다.

 

일본은 90을 넘긴 고령의 생존자 37명도 조금만 더 버티면 김 할머니처럼 사죄 없이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일본에게는 시간이 넘치지만 이 분들에게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일본에게 두려운 상대는 역사적 기록 문건 보다 어쩌면 위안부 피해자 한 명 한 명일지 모른다.

 

역사는 글이지만 이분들은 말을 통해 당시의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몇 년전 경복궁을 갔던 기억이 있다. 해설사를 따라 궁의 이곳 저곳을 다니며 설명을 들었다. 마지막 탁 트인 정원에 오면서 이날의 투어가 끝이 났다. 그때 해설사가 한 이야기가 있다.

 

"이 바로 앞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었어요. 가을이면 그 멋진 모습을 보러 오신다는 분들이 있을 정도였죠. 하지만 몇해 전 병에 걸려 고사했어요. 결국 베어지고 사라졌죠. 보세요. 눈 앞에 없으니까 그 멋있던 나무를 이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잖아요. 역사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기억해주지 않으면 전해주지 않으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겁니다." 

 

김군자 할머니와 201명의 위안부 피해자들이 돌아가셨다. 그분들은 이제 역사가 됐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그분들의 피눈물 담긴 역사를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고인이 그 창피스러운 이야기를 꺼낸다고 했던 2007년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부끄럽지도 않나요. 내 모진 세월 돌려주세요. 한이 너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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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할머니 하늘 나라에서는 아주 많이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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