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으로는 25년만에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첫날 일정이 청와대 국빈만찬 행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두 정상 내외와 양국의 정재계 유력 인사 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환영 만찬에서는 특히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트럼트 대통령과 포옹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눈길을 끌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이틀째인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35분간 연설했다.
여야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포함한 22차례 박수로 환영의 뜻을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후 박수를 치면서 엄지를 들어 올려 화답했다. 북한의 인권 실태를 비난할 때는 장내가 숙연해지기도 했지만, 한국을 "자랑스럽다"고 표현할 때에는 우렁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다만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며 석방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었다가 강제 퇴장당했고, 민중당 의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성 피켓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45분 국회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마포대교를 건너 국회에 도착한 시각은 이보다 17분 늦은 11시2분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례적으로 복도에서 영접, 양측은 밝게 웃으며 악수한 후 의장 접견실에서 비공개 환담을 가졌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 시각보다 20여분 늦은 11시20분에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트럼프 광택이 나는 푸른색 계열 넥타이에 성조기 배지를 차고서 검은 코트를 입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손을 잡고 입장했다. 본회의장을 가득 메운 650여명은 일제히 기립했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물론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특별보좌관 등 미국 측 인사, 주한외교 사절 등도 모두 박수를 쳤고, 일부는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정부에 항의하며 상복을 입었고 상임위에 들어오던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이날은 근조리본을 떼고 정장을 입고서 참석했다.
정 의장은 환영사 후 환하게 웃으며 멜라니아 여사를 좌중에 소개했고 이 때에도 힘찬 박수가 나왔다. 멜라니아 여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 11시 24분께 정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시작을 알렸고,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의 안내로 단상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정 의장과 가볍게 목인사를 주고받은 뒤 연설을 시작했다.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나왔고, 일부 의원들은 이어폰을 끼고 동시통역을 통해 연설을 듣던 도중 휴대전화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촬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애하는 정 의장님과 국회의원 여러분, 신사숙녀 여러분, 연설할 기회를 줘 감사하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좌우를 둘러보며 연설을 이어갔고, 강조해야 할 대목에서는 엄지와 검지를 맞댄 'OK' 제스쳐를 취하기도 했다.
참관인들 사이에서는 입장시와 퇴장시를 합쳐 22번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차분하게 지켜보던 참관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발전에 대해 "자랑스럽다"고 표현하자 우렁찬 박수가 나왔고, 한국의 여성 골퍼들에 대해 언급할 때에는 좌중에서 박수와 함께 웃음이 터져나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해 맹비난을 할 때에는 좌중에서 박수가 나오지 않았고, 대신 여야 의원들은 모두 숙연한 표정으로 연설에 집중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말하자 특히 한국당에서 힘찬 박수가 나왔습니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측의 박수 소리는 작았다.
애초 예정보다 13분 긴 35분간의 연설이 끝나자 의석에서는 다시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의장과 악수를 하고는 의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쭉 둘러봤다. 그리고는 자신도 같이 박수를 치면서 엄지 손가락을 높게 들어올려 박수에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여야 의원들과 악수를 하면서 퇴장을 했고, 도중에 다시 의석을 향해 손을 번쩍 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의원들은 퇴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촬영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정오에 본회의장을 빠져나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다.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은 연설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라'는 피켓을 들었다가 경위들에게 쫓겨났고, 민중당 김종훈 윤종오 의원은 연설 도중 'NO WAR! WE WANT PEACE!'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연설 도중 일어서 있기도 했다.
국회연설이 끝나고 이날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현충탑에 헌화한 뒤 다음 방문국인 중국으로 떠났다.
한편 청와대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박2일 국빈 방문과 관련해 "한미 관계가 오랜 동맹국이 아닌 그 이상의 위대한 동맹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세 번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등 많은 현안을 협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따른 성과를 설명하면서 "먼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돈독한 우의와 신뢰를 제고했다"고 소개했다.
박 대변인은 "양 정상이 함께 평택기지를 방문했고, 공식 환영식·친교 산책·차담회, 공식 만찬 및 문화공연 등을 함께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와 친밀도를 높인 것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균형된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배치를 확대하기로 하는 등 확고한 대한 방위공약을 확인했고, 한미 연합방위태세도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이 완전히 해제됐고 첨단 정찰 체계를 포함한 최첨단 군사자산 획득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며 "공평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방위비 분담원칙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한미 양국의 강력한 동맹도 재확인했다.
박 대변인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공조를 재확인하는 성과도 거뒀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확고하고 압도적으로 대응키로 하고 제재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견인하기로 한다는 원칙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미공조를 중심으로 하되 중국과 러시아 등 국제사회의 협력 제고를 위한 노력도 지속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거셀 것으로 관측됐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경제 관련 논의에 대해서는 "한미 FTA가 한국과 미국 양측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되도록 조기에 협상한다는 원칙에 합의했으며, 양국 민간 기업 간 상호 교류협력을 확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내년에 개최될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와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 양국 간 정상회담을 통해 흔들림 없는 동맹을 확인한 것은 동북아 정세 변화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고, 건너야 할 강도 많이 남았지만 굳건한 한미동맹의 기반 위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더욱 소통하고 공조하겠다"고 말했다.
<박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