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학하다가 귀국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한국명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10대 남성이 입국 전 다량의 해열제를 복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미국 출국 시 공항 검역은 물론 인천공항 검역대도 무사통과했다.
부산시는 지난달 26일 확진 판정을 받은 110번 확진자(18세·동래구)가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기 전 수일에 걸쳐 다량의 해열제를 복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4일 밝혔다.
미국 캔자스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110번 확진자는 기숙사에 머물던 지난달 23일부터 발열, 근육통 등 코로나19 의심증상을 겪었다. 그러나 다음 날 새벽 아메리칸 에어라인 비행기(AA 3761)로 시카고까지 이동했고, 대한항공 항공편(KE 038)으로 갈아탔다. 비행기 탑승 전 해열제를 먹어 항공사 직원이 시행한 발열 체크에서 걸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해열제를 복용한 그는 지난달 25일 오후 인천공항 입국 때도 검역대를 무사통과했다. 이후 마중 나온 아버지의 차를 타고 부산 자택까지 이동한 뒤 다음 날 오전 보건소에서 진단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와 당일 밤 부산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이 환자는 지난달 26일 오전 1시쯤 부산 자택에 도착한 뒤 같은 날 오전 9시40분쯤 동래구 보건소에서 진단 검사를 받은 것 외에는 외출하지 않아 귀국 후 부모 외 다른 접촉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었다. 이에 따라 시 보건당국도 환자의 부모만 밀접접촉자로 분류, 진단 검사를 통해 음성 결과를 확인했으나 입국 전 이미 의심증상이 발현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비행기 탑승객에 대한 조사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 시 보건당국은 이 환자가 귀국 시 이용한 대한항공 비행기에서만 20여명의 접촉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하고 자가격리 통보 등 후속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 환자의 해열제 복용 사실은 그가 보건소 선별진료 당시 스스로 밝히며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열제를 수일에 걸쳐 복용했기 때문에 정확히 몇 알을 먹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해외입국자가 이 환자처럼 해열제를 복용한 뒤 귀국하면 발열 체크 중심인 공항 검역에서 걸러낼 수 없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