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이슬람 사원 총격 테러범 브렌턴 태런트(28)가 범행 전 인터넷에 올린 ‘선언문’을 뉴질랜드 총리에게도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1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범행 9분 전 테러범으로부터 이메일로 선언문을 받았다”고 밝혔다고 AFP·AP통신 등이 전했다.
아던 총리는 메일을 받은 지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를 보안당국에 전달했지만 선언문에 범행 장소 등의 상세한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태런트는 지난 15일 범행 전에 70여쪽의 선언문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는 선언문을 통해 반이민주의, 무슬림 혐오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이슬람 사원을 범행 장소로 선택한 이유와 함께 2011년 노르웨이 학살범 베링 브레이비크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적었다.
브레이비크는 2011년 노르웨이 노동당 여름 캠프에 찾아가 총기를 난사해 77명을 살해한 반이슬람주의자다. 그 역시 범행 전 15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선언문을 인터넷에 올렸다.
아던 총리는 “극단적인 견해에서 나온 이념적 선언문이 이번 총기 테러와 연관돼 있다는 것은 매우 근심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아던 총리는 지난해 “매년 1000명씩 받던 난민을 2020년부터 1500명씩 받겠다”고 발표했다. 이민자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는 뉴질랜드는 약 488만명(지난해 6월 추정치)의 인구 중 약 20%가 아시아와 중동, 남태평양 출신 이민자다.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에서 발생한 이번 총격 테러로 이날까지 최소 50명이 사망했다고 뉴질랜드 경찰이 밝혔다. 부상자도 50명으로 집계됐다.
테러범 태런트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태런트가 이번 범행에 사용한 총기들이 모두 합법적으로 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뉴질랜드에서는 총기 규제 강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날 아던 총리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한 가지는 지금 말할 수 있다. 우리의 총기법은 바뀔 것”이라며 총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편 태런트가 페이스북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을 통해 범행을 생중계한 일이 논란이 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테러 참사 발생 후 24시간 동안 전세계에서 150만건의 관련 영상을 삭제했고, 폭력적인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 편집본도 모두 지우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페이스북이 증오 콘텐츠를 걸러내기 위해 인공지능(AI) 감시 기능을 가동하고 있는데도 이런 영상을 미리 차단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