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빚었던 대한항공에서 또다시 '갑질' 의혹이 나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이자 대한항공의 전무 조현민 씨가 광고대행사 팀장의 얼굴에 물을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2일 매일경제는 '조현민(35)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 대한 갑질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 전무는 지난달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을 맡고 있는 A광고대행사와의 회의 자리에서 광고팀장에게 물을 뿌리는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경제는 회의에 참석한 광고대행사 팀장이 대한항공의 영국편 광고 캠페인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했고, 이에 조 전무가 분노해 직원의 얼굴에 물을 뿌리고 회의장에서 쫓아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피해 사실은 해당 광고대행사의 익명 게시판에 잠시 게재됐다가 곧바로 삭제됐다. 당시 올라온 글에는 "(조 전무가) 1차로 음료수가 들어있는 병을 던졌는데 안깨졌다. 그러자 분이 안풀려 물을 뿌렸다"는 내용이 있었다.
광고대행사측은 조 전무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 관계자는 매일경제에 "우리가 대한항공의 광고를 대행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담당팀에 확인했지만 (맞다 틀리다) 말을 해주지 않는다. 광고업 특성상 광고주 관련 비즈니스 얘기는 안하는것이 불문율이니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시 해당 업체에 영국 광고를 위해 여러 곳을 찍어오라고 주문했는데 제대로 찍어오지 않았고, 이에 조 전무가 화를 낸 것"이라며 "조 전무가 회의하다가 직원에게 소리를 질렀지만 물이나 음료수를 뿌리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조 전무는 12일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리석고 경솔한 제 행동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해서는 안 될 행동으로 더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회의에 참석했던 광고대행사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사과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광고에 대한 애착이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넘어서면 안 됐는데, 제가 제 감정을 관리 못 한 것은 큰 잘못이다. 머리 숙여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사과를 전했다.
조현민 전무는 LA의 USC 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 광고회사인 LG애드에 입사해 2년간 근무했다. 2007년 대한항공으로 옮겨 광고선전부 과장,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광고·IMC팀장으로 일했으며 2013년 상무, 2014년 전무B, 2017년 전무A로 연이어 승진했다.
조 전무는 2012년부터 진에어 마케팅본부장도 맡고 있다. 2014년에는 정석기업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됐으며 2016년 진에어 부사장과 한진관광 대표이사 자리에도 올랐다.
앞서 조 전무의 친언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3월 29일 한진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를 등기이사(사장)로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되며 복귀했다.
한편 조현민 전무가 포탈 검색 상위에 등극하며 이번 갑질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그가 과거 언니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당시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 재조명 받고 있다.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돌아가 보면 당시 조 전무는 조 전 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12월 17일쯤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박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