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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일생을 조명하고 뜻을 기리는 추모제가 샌프란시스코에서 3일 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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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세인트메리 스퀘어에 건립된 위안부기림비 앞에서 김복동 할머니를 기리는 추모제가 3일 진행됐다.>

 

김진덕정경식 재단(대표 김한일, 이사장 김순란), 위안부정의연대(CWJC·공동의장 릴리안 싱, 줄리 탱),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샌프란시스코지회(KOWIN-SF·회장 박미정) 등의 주최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메리 스퀘어에서 김복동 할머니의 추모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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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가 진행된 세인트메리 스퀘어는 미국 대도시 최초로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진 매우 뜻깊은 장소다. 김진덕정경식 재단을 비롯해 한국, 중국, 필리핀 등 13개 커뮤니티가 하나가 돼 건설했다. 이같이 여러 나라의 피해자들이 한마음으로 건립한 전세계 유일의 기림비 앞에서 김복동 할머니의 명복을 빌고 투사로서 살았던 고인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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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추모제는 이나시오 왕 카톨릭 샌프란시스코 대교구 주교, 신명호 샌프란시스코 심포니교회 EM목사의 기도, 대한불교 조계종 대승사 주지 설두스님의 관음시식 등 종교의식과 테너 이우정씨가 가곡 ‘청산에 살리라’로 고인의 떠나는 길을 배웅했다.  

 

김한일 대표와 릴리안 싱, 줄리 탱 공동의장 등이 추모사를 읽었다. 주디스 머킨스 위안부정의연대 대표도 고인의 생전 활동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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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덕정경식 재단의 김한일 대표가 추모사를 읽고 있다.>  

 

김 대표는 "고인은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수십 년간의 침묵을 깨고 가장 먼저 피해 사실을 공개한 희생자 가운데 한 분"이라며 "14살에 일본군에 끌려가 8년간의 세월을 버티셨고, 인권운동가로서 활동하시면서 '정의를 위해 싸우라'고 외치셨다"며 숭고한 그 뜻을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서해성(작가) 3.1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회 총감독의 김복동 할머니 추모시 ‘고백’을 김순란 이사장이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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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덕정경식 재단의 김순란 이사장이 서해성 작가의 추모시 '고백'을 낭독하고 있다.>

 

샌드라 퓨어 SF시의원, 이정순 전 미주한인회총연합회장, 박미정 KOWIN-SF회장, 이경이 KOWIN 미서부담당관, 곽정연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장, 이동영 샌프란시스코 상공회의소 회장, 이동일 북가주세탁협회장, 이경희 SF노인회장, 이영숙 몬트레이 문화원장 등 한인사회 단체장들도 참석해 김 할머니를 추모하며 일본의 만행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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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정의연대 릴리안 싱, 줄리 탱 공동의장이 고인을 추모하며 일본정부의 만행을 규탄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이날 김복동 할머니가 생전에 말하던 “우리가 함께하면 못 이룰게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일본 정부는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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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복동 할머니는 1926년 경상남도 양산에서 태어나 만 14세였던 1940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중국·홍콩·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에 끌려 다니며 성노예로 피해를 당했다. 고향에는 위안부로 끌려간 지 8년째인 22세 되던 1947년에야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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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공개 증언을 시작한 건 1992년 3월부터였다. 김 할머니는 8월 제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와 1993년 6월 오스트리아 비엔나 세계인권대회에 참석해 증언했고, 2000년에도 일본군성노예전범여성국제법정에 원고에 참여해 실상을 문서로 증언했다. 고인은 세계 곳곳에서 증언을 이어가 위안부 피해자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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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서해성(작가) 3.1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회 총감독의 김복동 할머니 추모시.

 

<고백>

-김복동 할머니 가시는 길에

한복을 입자니 부끄럽다. 
나는 무엇을 옷고름 단단히 매무새 지었던가.  

평화를 말하자니 송구스럽다. 
나는 늘 당신의 용기 뒤에만 서 있었구나. 

하늘을 바라보자니 욕스럽다. 
나는 언제 한번 온전히 푸르렀던가. 

기억하자고 말하려니 아득하다. 
나는 얼마나 오래도록 망각하고 살아왔던가. 

다들 모여서 설을 쇠라고
섣달 그믐날 가신 당신
눈물로 간을 맞춰 떡국 한 그릇 올릴 뿐.

영영 이별이 아프다고 읊조리자니 죄스럽다. 
나는 얼마나 당신의 고통에 빚졌던가. 

당신을 따르려 흰 고무신을 꿰자니 사치스럽다.  
나는 언제 맨발로 가시밭길을 걸었던가. 

겨울 빗줄기가 
죄! 죄! 죄! 죄로 내릴 뿐.

저승길 멀다고 말씀 올리려니 염치없다. 
나는 내일 갈 길마저 이미 당신에게 배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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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서 작가의 김복동 할머니 추모사.

 

<나비의 길>


-김복동 할머니 가시는 길에 

할머니, 김복동 할머니,
겨울 바람을 뚫고 저기 홀연히 나비 한 마리 날고 있습니다. 
이 겨울에도 나비가 날 수 있는 건 할머니께서 처음 나비를 날린 까닭입니다. 그 나비는 서울과 부산, 광주뿐 아니라 타이완, 광둥, 홍콩, 싱가포르, 수마트라, 자바, 말레이시아, 방콕 하늘을 날아올라 이곳 샌프란시스코에도 날아왔습니다. 


두 해 전 샌프란시스코에 ‘기림비’를 세울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할머니와 할머니의 벗들의 용기에 힘입은 것이었습니다. 김복동 할머니는 우리의 스승이었습니다. 

당신께서는 199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걸 밝히고 UN인권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국가 강간체제를 증언하였습니다. 미국, 일본, 유럽 여러 나라를 돌면서 고틍 받은 당사자의 언어로 인간 양심과 인류 평화에 호소한 것도 김복동 할머니였습니다.

 

마침내는 2012년 세계여성의 날에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전쟁 성폭력 피해자는 물론 고통 받는 여성들을 위한 나비기금을 시작하였습니다. 가장 끔찍한 피해자가 가장 따뜻한 일을 세계인들에 앞서 펼쳐낸 것입니다. 김복동 할머니는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인, 미국인을 넘어선 사랑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이 세상 고통 받는 여성이 있는 모든 곳에 나비가 날아오르게 하였습니다. 

김복동 할머니, 
할머니께서는, 또 할머니의 벗들은 자주 말씀하였습니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의 이 아픈 역사가 잊히는 것입니다.’ 이 말은 우리에게 남은 숙제가 무엇인지 날마다 일깨우고 있습니다. 할머니,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한입으로 하는 말도 같았습니다. ‘잊히는 게 가장 두렵다.’ 2009년 1월 20일 용산 남일당 망루에서 숨진 철거민 유가족들의 말씀도 같았습니다. 벌써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경남 밀양 송전탑으로 고통 받는 분들이 낸 책에서도 또한 말하고 있습니다. 가장 두려운 건 잊히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김복동 할머니는 우리의 망각에 나비 한 마리를 풀어놓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할머니는 우리의 기억입니다. 그러므로 나비는 기억입니다.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하나의 역사가 자기 얼굴을 겨우 갖추는데 전쟁이 끝나고도 60년, 70년 세월이 걸렸습니다. 할머니와 할머니의 벗들이 고통을 낱낱이 기억하고, 또 세상에 증언했기에 가능했던 일들입니다. 그 숱한 인고의 세월이 나비가 되었다는 걸 이제 알겠습니다. 

김복동 할머니, 열네살에 끌려가 동남 아시아를 다 돌고 광복 5년 뒤에야 돌아온 그 길목마다 오늘 나비가 날고 있습니다. 그 나비의 날개짓이 말하고 있습니다. 
‘나를 찾아줘.’

 

그날까지 할머니가 날린 나비를 따라 함께 하겠습니다. ‘나’를 찾는 일이 할머니의 삶과 고통뿐 아니라 진짜 나를 찾는 일인 까닭입니다. 모든 고통 받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비극과 기꺼이 악수하고 거기서 기어이 희망을 이끌어내는 용기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일이란 걸 알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내가 이 세상에서 인간으로 살기 위한 말과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나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할머니, 
먼 길 평안하소서.

 

서해성(3.1운동 100주년 서울시 기념사업회 총감독) 작가
 

<김판겸, 이온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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