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서울곰탕 주차장에서 16일 밤 절도범들이 고가의 벤츠 차량 2대의 유리창을 부수고 내부에 있던 물건을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서울곰탕에 주차돼 있던 흰색과 검은색 벤츠 G바겐 SUV(출시가 12만4,500달러) 2대가 절도 피해를 당했다.
피해를 당한 한인 A모씨는 이날 밤 8시 40분쯤 친구와 함께 늦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서울곰탕에 들어갔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인 9시 30분쯤에 식당 웨이트레스로부터 밖에 추차돼 있는 차량의 유리창이 파손됐다는 말을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밖으로 나가 보니 자신의 차량이었다.
조수석 뒷문의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A씨와 같은 차종으로, 바로 옆에 주차돼 있던 또 다른 벤츠 G바겐도 조수석과 뒷자리 유리창 두 군데가 깨져있었다. 두 차량의 차주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우연히 나란히 주차했다가 절도 피해를 당했다.
<조수석 뒷문 유리창이 깨진 흰색 벤츠 G바겐.>
A씨는 불행 중 다행히도 노트북 등 중요한 소지품이 들어 있던 가방을 가지고 식당에 들어갔기 때문에 더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선그라스 등만 도난당했다.
또 다른 피해자로, 외국인인 B씨의 경우는 상황이 A씨 보다 심각했다. 특히, 그는 사고 당일 오후에 G바겐을 구입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조수석과 뒷문 등 2군데 유리창이 깨진 검은색 벤츠 G바겐.>
B씨는 "평소에 갖고 싶었던 고가의 차를 오늘 중고로 구입했다"며 "딜러에서 차를 산지 불과 4-5시간 만에 이런 일을 당했다"며 망연자실 했다.
그는 또 "중학생 아들과 아들 친구들을 데리고 나와 저녁을 먹고 있었다"며 "비싼거는 아니지만 아이들의 책가방이 다 없어졌다"고 말했다.
식당에 설치돼 있는 CCTV를 통해 2명의 흑인이 주차장으로 들어와 기계(창문에 가까이 대고 단추를 누르면 유리창이 깨지는 도구)를 이용해 유리창을 깨고 차안에 있던 가방을 들고 도주하는 장면이 녹화됐다. 하지만 자세한 얼굴 식별이 불가능해 용의자를 잡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CCTV 영상 캡처. 사진 위쪽 방향 왼쪽편에 흰색 벤츠를 향해 다가가는 남성의 모습이 보인다.>
여기서 더욱 쇼킹한 점은 당시 피해 차량 옆에 승용차를 주차한 중국계 부부가 갓난아기를 카시트에 태우고 서울곰탕을 향해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 바로 옆에 용의자들이 있었고, 피해 차량 뒤로 숨는 장면이 CCTV에 담겨있다.
이를 본 부부는 "등골이 오싹하다"며 "이들이 자신들을 보고 숨는 줄 전혀 몰랐다. 만약 우리가 현장을 목격해 소리를 지르거나 반응을 보였다면 사고로 이어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CCTV 영상 캡처. 중국계 부부가 갓난아기를 카시트에 싣고 식당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위 왼쪽편에 피해 차량 뒤로 모습을 감추는 용의자 2명의 모습이 보인다.>
CCTV에 녹화돼 있는 영상을 자신의 메모리 스틱에 저장한 A씨는 오클랜드 경찰에 전화를 걸어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돌아온 대답은 "보험회사에 연락하라"는 것. 큰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 경찰을 보내줄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심지어 A씨와 B씨는 마침 지나가던 경찰차를 향해 크게 소리를 지르며 셀폰에 있는 플래시(손전등) 기능을 사용해 흔들어 보였다. 그러나 경찰차는 타이어 마찰음만 남긴 채 무시하고 사라져 버렸다.
A씨는 "최근 들어 델러그래프 애비뉴 선상에서 유리창이 깨지고 물건을 도난당하는 절도 피해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추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한인들 스스로가 주의해야겠지만 시큐리티 가드가 있었으면 이런 피해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김판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