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북부의 세인트헬레나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이 미국 최대 와인 산지로 유명한 나파밸리를 덥치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KQED, CNN 등에 따르면 '글래스 파이어'로 명명된 세인트헬레나 산불은 27일 새벽 3시 50분께 발화해 시간당 55마일(88km)의 강풍을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이번 산불로 3만6236에이커 이상이 잿더미가 됐고 40년 역사의 '샤토 보스웰' 양조장이 불에 탔다.
<40년 역사의 '샤토 보스웰' 양조장이 '글래스 파이어'로 큰 피해를 입었다.>
캘리포니아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약 19시간이 지난 28일 밤 10시 30분(미 서부시간) 현재 진화율은 '0(제로)'라고 밝혔다.
나파 카운티 비상당국에 따르면 인근에 64개 와이너리(양조장)이 소재해 있고, 이외에 건축물 2200여 채도 산불 위협권에 들어 있다. 이번 산불로 전날 밤 10시 이후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져 1800여명이 대피한 상황이다. 약 5000명은 대피 경보·주의보를 고지받았다.
세인트헬레나와 나파밸리는 1800년대 중반부터 미국 최대 포도주 산지가 돼왔다. 품질 좋은 포도 생산과 함께 베링거 등 미국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를 비롯해 약 470여개의 와이너리가 소재해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 등 미 서부를 덮친 대형 산불들로 포도농가와 와이너리들은 큰 피해를 보고 있다.직접 화마 피해를 입지 않아도 산불 매연이 뒤덮으며 와인에 탄내 등 훈연이 배어들어 상품성이 떨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와인포도 농장주 협회 존 아기레 회장은 지난 24일 NBC에 "이번 산불은 의심할 여지 없이 와인 포도밭에 최악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불 연기에 손상된 포도로 만든 와인을 시음해봤다면서 끔찍한 맛이 났다고 한탄했다.
와인에서 역한 맛과 냄새가 나는 이유는 산불 연기가 포도에 스며들면서 만들어진 탄소 화합물 페놀 성분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한편 캘리포니아는 올해에만 8100여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아직도 25건의 대형 산불이 산림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이번 대형 산불의 상당수가 캘리포니아 북부에 집중돼 있다.
<abc10 캡처>
<이온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