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능력 축소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후보는 22일 테네시주 내슈빌 벨몬트대에서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에서 "한반도는 핵이 없는 지역이 돼야 한다"면서 "핵무기 능력을 끌어내리겠다고 동의한다는 조건에서만 김정은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는 김 위원장에 대해 "깡패(thug)"라고 지칭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정당화, 합법화했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가) 미국에 도달할 만큼 더욱 정교한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전체주의의 핵 능력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을 정당화했다"며 "우리는 (당선되면) 반드시 우리가 그들(북한)을 통제하고 그들이 우리를 해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동안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됐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통해 자신이 북한과의 전쟁을 막은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자신이 아니었다면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정권은 우리에게 엉망진창인 북한 문제를 남겼지만 내 임기 동안 전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후보는 "히틀러가 유럽을 침략하기 전 유럽도 히틀러와 좋은 관계였다"고 응수했다.
두 후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를 두고서도 강하게 맞섰다. 바이든 후보는 “COVID-19로 인한 사망자가 22만명에 달한다”며 “오늘밤 내가 할 말은 이것밖에 없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하루 1000명의 사망자가 나온다”며 “미국은 어두운 겨울로 접어들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응할 명확한 계획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바이든 후보는 또 “최소 48개주에서 COVID-19 신규 확진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공중보건 전문가의 조언과 지침을 따르고 COVID-19 진단 테스트를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스크 등의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며 “정부가 마스크 착용만 권고했어도 10만명이 더 살았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잘못”이라며 자신은 COVID-19 사망자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COVID-19와 열심히 싸우고 있다”며 “우리는 모퉁이를 돌고 있고 COVID-19는 곧 멀어져 위기는 끝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COVID-19 백신이 몇 주 내에 도착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진행자인 NBC의 크리스틴 웰커의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몇 주 내를 보장하지는 못한다”고 말을 바꾼 뒤 올해 안에 백신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울러 “COVID-19 확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체내 면역이 형성됐으며 지금은 완치 상태”라고 전했다.
정치자금 후원 역시 도마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가의 후원이 바이든 후보에 쏠리는 것을 두고 “바이든 후보가 월가 기부자들로부터 거액을 모금했다”며 “나도 그렇게 하면 기록을 깰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4년 전 지난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후보보다) 적은 자금으로 이겼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바이든 후보의 가족이 러시아로부터 350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되풀이했다. 이 돈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통해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어떤 외국에서도 돈 한 푼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증시가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재선되면 증시는 다시 붐이 일어날 것이고 바이든이 당선되면 시장은 폭락할 것(crash)"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에 대해 "내 고향 사람들은 주식으로 먹고 살지 않는다"고 답했다. 바이든 후보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서민 가정 출신이다.
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증시 상승을 자신의 업적으로 자주 선전하고 있지만 이는 양극화 심화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 있는 644명의 억만장자들이 COVID-19유행 기간 동안 총 1조달러 상당의 순자산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바이든 후보가 집권하면 "세금을 올려서 경제를 죽일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바이든 후보는 기후변화에 대비해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날 토론은 1차 당시 ‘난장판’ 혹평으로 인해 음소거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 호보는 상대방 개입 없이 각각 2분의 시간을 확보했다. 이 때문에 지난 토론보다는 더 차분한 분위기에서 토론이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NBC는 “음소거 버튼이 더 차분한 토론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미 대선을 12일 남기고 열린 이날 토론은 대선후보 마지막 토론이다. 당초 3차 토론으로 예정했지만 지난 15일 토론이 트럼프 대통령이 COVID-19에 걸리면서 무산, 2차 토론이 됐다.
<박영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