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에 대한 600달러 수표 지급 방안에 제동을 걸면서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앞서 미 의회는 8920억달러 경기부양책과 연방정부 재정확대 법안을 하나로 묶어 약 2조달러 규모의 법안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600달러는 터무니없이 적은 규모라고 일축하고, 성인에게 2000달러, 커플에게는 4000달러를 지급토록 법안이 수정되기를 바란다며 아직 법안에 서명하지 않고 있다.
CNBC 등 언론들은 23일 막판 대통령 서명을 앞두고 트럼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면서 자칫 연방정부 기능이 마비되고, 26일 이후 미 실업자 1200만명이 실업수당을 받지 못할 수도 있게 됐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지난 수주일간 협상을 벌이는 와중에도 11월 3일 대통령 선거 즈음을 계기로 협상에서 손을 뗐지만 21일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키자 22일 저녁 이의를 제기하며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을 거부할지 서명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지만 의회가 수정된 법안을 내놓지 않으면 "차기 행정부가 코로나 구제 패키지를 처리해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회가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정도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그의 거부권 행사가 쉽지 않게 됐지만 민주당이 이 제안에 찬성하고 나선터라 상황은 유동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밤 트위터에 동영상을 올려 법안을 비판한 뒤 낸시 펠로시(민주·캘리포니아) 하원 의장이 곧바로 2000달러 수표 지급 방안에 동의하고 나섰다.
펠로시 의장은 트위터에서 민주당은 계속해서 직접 지급 금액을 올리자고 주장했지만 공화당이 이를 반대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조했다. 그는 의회가 금액을 상향 조정해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민주당) 연방하원 의장>
그러나 600달러 지급은 공화당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대표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지지하는 방안이었다. 이를 2000달러로 높이려면 다른 부문의 지원 금액을 대폭 축소해야 하기 때문에 재협상은 지금 당장은 불가능한 얘기다.
현재 의회 분위기 역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이 의회로 되돌아와도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정도의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의회로 법안이 되돌아오면 의회는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난 뒤에 다시 열리기 때문에 26일부터 당장 실업보조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되는 1200만 미 실업자들의 앞날이 막막해진다.
또 지금 분위기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해 법안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규모의 찬성표로 의회에서 법안이 재통과될 것으로 보이지만 유권자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거슬러 공화당 의원들이 선뜻 나설지도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제동이 정부 기능마비와 대규모 실업수당 실종이라는 심각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온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