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임기를 약 열흘 남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한번 탄핵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손을 걷어 부쳤다.
민주당은 임기 내 탄핵이 어렵더라도 트럼프의 정치 생명을 끝내 2014년 대선 출마까지 봉쇄할 계획이며 트럼프는 최소 하원에서 미 역사상 2번 탄핵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CNN, NBC 등 언론들에 따르면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0일 당 내 서한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를 발동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친다고 말했다. 그는 펜스가 24시간 안에 응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트럼프는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위협하고 있으며 우리는 위협에 맞서기 위해 긴급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수정헌법 25조 4항은 미 정부 각료들의 판단 하에 대통령이 직무 수행 불가라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의 직무를 박탈하고 부통령이 권한 대행에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통령과 내각 과반수가 찬성하면 발동할 수 있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해도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대통령직을 박탈할 수 있다. 펜스는 지난 7일 대선 인증 회의 당시 트럼프의 패배를 확정해 트럼프와 선을 그었지만 25조 발동 요구에 침묵하고 있다.
앞서 데이비드 시실린을 포함한 민주당 하원의원 3명은 트럼프에게 내란 선동 혐의를 적용해 11일 탄핵 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하원 435석(과반 217석) 가운데 222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민주당 의원 중 211명이 해당 탄핵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하원의 과반과 상원 정족수 3분의 2(67석)의 찬성이 필요하다.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 총무는 10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12~13일 하원 표결이 진행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가 10일 CNN 방송에 출연해 “하원을 통과한 트럼프 탄핵 소추안의 상원 송부를 바이든 당선인 취임 후 100일까지 미룰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CNN 방송 화면 캡쳐]>
민주당의 탄핵안은 무난히 하원을 넘을 전망이나 상원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현재 2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탄핵안을 지지한다고 알렸으나 가결을 위해서는 민주당(50석)외에 17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관계자를 인용해 공화당 의원들이 탄핵 보다 수위가 낮은 불신임 투표를 원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치 맥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 전날인 19일까지 상원 본회의 소집이 어렵다고 밝혔다.
<미치 맥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그러나 민주당은 임기 내에 탄핵하지 못하더라도 트럼프를 끝까지 공격할 계획이다. 미 공직자는 임기가 끝나더라도 탄핵 심리에 오를 수 있다. 미 헌법에 의하면 상원은 3분의 2 찬성으로 탄핵된 공직자가 다시는 공직에 임용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셈이다.
미 여야와 각료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해법은 트럼프가 자진 사퇴하는 것이다. 10일 ABC방송 여론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 56%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전에 퇴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의회가 대선 투표 결과를 승인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이 연설이 끝난 후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하는 미국 민주주의의 대참사가 일어났다.>
폴리티코는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 2차 탄핵을 강력히 지지하지만 탄핵 정국이 차기 조 바이든 정부 초기에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탄핵안이 일단 하원을 통과하면 100일 뒤에 상원에 송부하는 방안도 선택지에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위치한 인수위원회 사무실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