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5일 법인세율을 높이더라도 경제에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검토하는 법인세율 28%로 인상 방안은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반대에 부닥쳐 협상을 통해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인세율 인상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2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추진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이 출발부터 순탄치 않다.
CNBC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법인세 인상 계획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팬데믹 충격을 딛고 회복하고 있는 미 경제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백악관 사우스론 기자회견에서 법인세율을 28%로 높이면 취약한 미 경제회복세를 해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결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런(법인세율을 28%로 높이는 것이 경제를 어렵게 할 것이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면서 "포천500대 기업 가운데 지난 3년간 세금을 단 한 푼도 물지 않은 곳이 51곳 또는 52곳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역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미국의 도로, 교량이 너무 낡아 대대적인 보수가 시급하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명제다.
그러나 우선 순위, 또 규모를 놓고 의견이 뚜렷하게 갈라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내 진보계 의원들은 교통 인프라 6억2100만달러, 고령층·장애인 지원 4억달러, 식수·인터넷 개선에 3억달러, 주택공급에 3억달러 등 재정을 동원한 대규모 투자확대를 지지한다.
반면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의 1조9000억 경기부양안을 반대한 공화당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 역시 반대하고 있다. 특히 공화당은 재원마련을 위한 법인세율 인상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법인세율을 대폭 낮췄다.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 가운데 하나였던 35% 법인세율을 트럼프 전 대통령은 21%로 대폭 낮췄다.
지난 30년간 버뮤다, 케이먼제도, 아일랜드를 비롯해 전세계 곳곳의 세금이 싼 조세회피처로 이윤을 빼돌리던 미 기업들에 이윤 국내유입을 유도하는 당근으로 써먹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나 트럼프 시절 21%로 떨어진 법인세율을 28%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인프라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그의 이같은 계획에 반대하는 것은 공화당만이 아니다. 민주당내 대표적인 보수파인 조 맨신(민주·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이 이날 명백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맨신 의원은 28% 법인세율을 반대한다면서 절충안으로 25%를 제시했다.
맨신 의원의 반대는 백악관과 민주당의 계획에 상당한 걸림돌이다. 1조9000억달러 경기부양안처럼 2조달러 인프라 투자 방안도 예산안에 준해 과반수로 통과시키려 할 경우 상원에서 가로막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은 상원에서 의석 수가 50석으로 같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연직인 상원의장으로 1석을 더해 간신히 상원 다수당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28% 법인세율 인상과 이를 통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이 협상을 통해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영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