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NYT 등 주류 언론 “합법 비자 소지자도 출국 후 영주권 대기 요구에 패닉”
10년 재입국 금지·가족 해체 우려 고조… 이민 단체 “의회 입법 취지 훼손한 위법” 반발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이 미국 내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영주권 취득 절차를 대폭 제한하는 초강경 지침을 기습 발표하면서, 수십만 명의 합법적 비자 소지자들과 한인 커뮤니티를 비롯한 이민자 사회가 거대한 혼돈과 공포에 휩싸였다.
이민서비스국은 지난 5월 21일 지침을 통해 미국 내에서 영주권 신분 변경(AOS·I-485) 승인을 ‘예외적인 재량적 구제’로 간주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 지침은 영주권을 신청하려는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미국을 떠나 본국에 있는 미국 영사관을 통해 ‘영사 절차(Consular Processing)’를 밟아야 하며, 미국 내 신분 변경은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심사관의 재량으로 허용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존의 미국 내 신분 변경 절차에서 본국으로 돌아가 해외 미 영사관 인터뷰를 거쳐야 하는 새규정으로 인해 강제 출국 및 10년 재입국 금지에 따른 가족 해체 위기 등 이민자 사회에 공포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 제작=코리아데일리타임즈>
주류 언론 일제히 보도… “합법 이민자 삶 뿌리째 흔들어”
이번 조치에 대해 뉴욕타임즈(NYT), CNN, 인터넷 매체 세마포르 등 언론들은 일제히 교차 보도를 통해 합법 이민 시스템을 겨냥한 정부의 행보가 불러온 파장을 집중 조명했다.
정부의 지난달 말 지침 발표 이후 폭발적인 혼란이 일자 이민서비스국 대변인은 세마포르와 NYT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국익에 부합하는 신청자는 현행대로 미국 내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개인별 상황에 따라 해외 신청이 요구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익’이나 ‘경제적 이익’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현장의 혼란을 오히려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디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칼날이 불법 이민을 넘어 합법 이민 경로까지 정조준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수년간 미국에서 커리어와 가정을 일구어 온 전문직 H-1B 비자 소지자나 고액 투자 이민(EB-5) 신청자들조차 영주권 대기를 위해 직장을 잃고 집을 팔아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이민 사회의 생생한 패닉 상태를 전했다.
‘10년 재입국 금지 독소조항’과 가족 해체 위기… 법적 소송 예고
이민법 전문가들과 법조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재입국 금지 불이익’과의 충돌이다.
미국 탐사매체 뉴 베드포드 라이트와 워싱턴의 저명한 이민 싱크탱크 미국이민협의회(AIC)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비자 만료 등으로 서류미비 상태가 된 이들이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해 영주권을 신청할 때 기존에는 미국 내 신분 변경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새 규정에 밀려 영주권 면접을 위해 본국으로 출국하는 순간, 이민법상의 ‘불법체류 기간에 따른 3년 또는 10년 재입국 금지’ 조항이 자동 발동된다. 결국 영주권을 받으러 나갔다가 미국에 남겨진 가족과 영영 생이별하게 되는 덫에 걸리는 셈이다.
실제로 사우스베이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미국 시민권자인 아내와 결혼해 이달 중 영주권 신분 변경(I-485)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던 김 씨는 이번 조치로 졸지에 ‘잠재적 추방 대상자’가 됐다.
김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졸업 후 비자 공백기 때문에 발생했던 짧은 서류미비(불법체류) 기록이 이제 와서 발목을 잡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새 규정대로 면접을 보러 한국으로 나가는 순간 꼼짝없이 10년 재입국 금지에 걸리게 되는데, 미국에 있는 아내와 직장을 모두 두고 나가라는 것은 그냥 가정을 깨라는 소리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AIC는 정부의 이번 지침과 관련 공식 정책 브리핑을 발표했다. AIC의 통계에 따르면 2023 회계연도 기준 미국 내에서 신분 변경(AOS)을 통해 영주권을 취득한 이들이 약 60만 8,000명에 달하는데, 이번 조치로 인해 수십만 명의 합법 체류자들이 졸지에 해외 영사관으로 쫓겨나 전 세계적인 대기 적체와 가족 분리라는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민법률지원센터(ILRC) 등 이민 권익 단체들은 “연방 의회가 제정한 이민법(INA)은 합법 입국자들에게 미국 내 신분 변경 권리를 분명히 보장하고 있다”며 “행정부가 하위 지침 메모를 통해 입법 취지를 전면 부정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단체들은 사전 예고와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이번 행정명령성 지침에 대해 연방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무더기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어서, 영주권 발급 전선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김판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