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앞섰던 추대... “커뮤니티 향한 사랑과 열정으로 수락”
23대 한인회 출범 진용 완료... “적재적소 전문가, 연결의 힘 핵심”
6월 13일 이취임식, 인수인계 철저히 “공적 자금 투명하고 깨끗해야”
실리콘밸리 한인사회가 새로운 변혁의 기로에 섰다. 오는 6월 13일(토) 오후 5시, 쿠퍼티노 퀸란 커뮤니티 센터(Quinlan Community Center)에서 제23대 실리콘밸리 한인회장 이취임식이 개최된다.
‘함께하는 힘, 더 큰 미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범하는 이번 한인회의 수장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수영선수 출신의 김금희<사진> 신임 회장이다.
현재 실리콘밸리 한인회는 한인회관 건물도, 아직까지 인계받은 재정도 없는 '무에서 시작하는 단체'나 다름없다. 이 엄중한 상황 속에서 추대로 취임을 앞둔 김금희 신임 회장을 8일 만나, 당선 소회와 앞으로의 한인회 운영 비전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출마 배경 및 선거 비하인드: "두려움 앞섰지만, 커뮤니티 사랑으로 다짐"
Q. 한국 체류 중에 당선 소식을 들으셨습니다. 당시 실리콘밸리 한인회 이사회 및 한우회로 구성된 15명이 투표해 11명이 찬성해 추대됐는데, 한국에서 이 소식을 접했을 때의 솔직한 심경은 어떠셨나요?
김금희 회장: "솔직히 말하자면 마음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희망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던 게 사실입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실리콘밸리 현지의 분열과 갈등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내가 내건 화합과 소통이라는 슬로건이 이 상황에 맞는 혁신일까?' 지금도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려움 속에서도 가능성을 보았기에 용기를 냈습니다. '어차피 하는 거,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미국에 28년간 살면서 가졌던 커뮤니티에 대한 사랑,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동포사회와 같이 나누며 함께 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Q. 선거 초기에는 출마 소식이 전혀 없었다가 결국 추대 형식으로 회장직을 맡았습니다. 애초에 출마 의사가 있으셨는지, 처음부터 직접 나서지 않으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김금희 회장: "한인회장에 출마하겠다는 계획은 전혀 없었습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했기에 출마를 준비하거나 다짐한 적이 없었죠. 그런데 제가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후배가 한인회의 힘든 상황을 자세히 전하면서 '나와서 분열된 부분을 보듬고, 평소 아끼던 커뮤니티를 위해 이번 기회에 함께 일해줬으면 좋겠다'고 진심 어린 권유를 했습니다. 그 이야기가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과거 한미문화재단이나 한인회 이사로 활동하면서도 한쪽 발만 걸치고 방관자처럼 바라봤던 것은 아닌가 하는 무책임함에 대한 반성도 들었습니다. 책임감을 갖고 제대로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승낙하게 됐습니다."
Q.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리스크도 따르는 자리인데, 실리콘밸리 한인회장직을 수락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김금희 회장: "한국에 머무는 동안 대한민국이 실리콘밸리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세대가 바뀌면서 실리콘밸리의 위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깊이 체감했습니다. 반면 우리 한인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를 볼 때는 안타까움이 너무 컸습니다. 역대 한인회가 동포사회의 대표성과 상징성을 갖추기보다는, 솔직히 말씀드려 일종의 '소그룹 친목단체'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전문 분야에서 훌륭하게 활동하는 인재들은 많은데 정작 한인회와는 전혀 연결이 안 돼 있었죠. 그 틀을 깨고 싶었습니다. 제가 대단한 일을 한다기보다, 이들을 묶어주는 '다리 역할'이자 '연결과 소통의 장'을 만들겠다는 다짐이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Q. 국가대표 수영 선수, 국제 수영 심판 및 코치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계십니다. 체육계에서 다져온 도전정신과 소통 능력이 앞으로의 행정에 어떻게 발휘될 수 있을까요?
김금희 회장: "중학교 2학년 시절, 스케이트장을 개조한 시리도록 찬물의 태릉선수촌 수영장에 들어가며 제 스스로에게 다짐한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 리밋(한계)은 너 자신이다. 이것만 이겨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한계는 제 스스로가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대표를 하며 배운 철저한 규율과 '나 혼자가 아니다'라는 팀워크 정신, 대의를 위해 개인의 편안함을 양보하는 책임감을 한인회 운영에 투영할 것입니다.
행정적으로는 회장이 독단적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와 기술, 단체들을 철저히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려 합니다. 최근 한국의 용인특례시 등 지자체장들을 만나 보며 실리콘밸리와의 협력에 대한 엄청난 니즈를 확인했습니다. 총영사관이 미처 다 커버하지 못하는 리서치와 매칭 작업을 한인회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시너지를 내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한인회 인수인계 및 조직 구성: "재정 관련 서류 아직 받지 못 해... 인선은 전문성에 방점"
Q. 오는 6월 13일 출범을 앞두고, 제21·22대 4년간의 임기를 지낸 전임 한인회로부터의 재정, 자산, 사업 등 인수인계 작업은 현행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습니까?
김금희 회장: "컴퓨터 패스워드나 이사회 회의록, 정관 등 행정 서류는 전달받았습니다. 전임 회장님이 체계적으로 정리해 둔 부분입니다. 다만 가장 중요한 '재정 인수인계' 부문은 아직 오피셜하게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약 2주 전 공식적으로 요청을 한 상태이며, 조만간 날짜를 정해 만나서 투명하게 인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전임 한인회가 주최한 '실리콘밸리 한인회관 기금 마련 골프대회'의 건축 기금을 두고, 최근 전임 회장 측이 기부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겠다고 연락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가요?
김금희 회장: "명백히 잘못된 처사입니다. 건축 기금은 그 취지 자체가 모든 실리콘밸리 동포들의 염원이 담긴 공적 기금입니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개인이 마음대로 '돌려주겠다'고 결정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닙니다. 당연히 다음 한인회로 온전히 넘겨 주는 것이 맞습니다. 의도적인 행동이었다기보다는 판단의 착오나 소통의 부재에서 온 오해이길 바랍니다.
출범에 앞서 이 부분에 대해 명확히 해 달라고 전임 측에 정중하게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답변이 오는 대로 판단할 예정입니다. 만약 떠도는 소문들이 사실이라면, 전임 회장께서 책임을 지고 교민들에게 투명하게 밝혀야(Clear) 할 상황이라고 봅니다."
Q. 제23대 한인회를 함께 이끌어갈 이사회와 회장단, 집행부 인선의 기준과 현재 구성 현황은 어떠합니까?
김금희 회장: "시간적 한계로 이사장직 등 일부 직책에 적임자를 찾는 중이지만, 각 분야의 확실한 전문가들로 진용을 짰습니다. 부회장에 이정주, 한상희를 비롯해 사무총장에 구은희, 이사에 정에스라 변호사, 오준현, 이상원 전 실리콘밸리 체육회장 등이 합류해 수고해 줄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 인선의 핵심은 '전문위원' 제도입니다. 오랜 기간 커뮤니티를 떠나 계셨던 정에스라 변호사님을 모셔 현실에 맞는 정관 개정을 위한 '정관위원회'를 맡겼고, 과거 오바마 정부 시절 막대한 정부 펀드를 따냈던 로컬 퍼블릭 전문가 김구선 전 디렉터님을 전문위원으로 초빙했습니다. 또 주류 사회 연결을 위해 미국 커미셔너 출신도 합류했습니다.
여기에 세대 간 가교 역할을 위해 한국말이 유창하고 한국 정부 웹사이트의 아쉬운 점을 보완해 문화 사이트를 구축 중인 케빈, 아마존 임원 출신인 제니퍼 같은 인재들을 영입했습니다. 적재적소에서 오픈 마인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탄탄한 조직이 구성돼 감사할 따름입니다."
미래 비전 및 핵심 가치: "물리적 공간 한계 극복, 주류 사회와의 네트워킹 강화"
Q. 현재 실리콘밸리 한인회는 건물(한인회관)이 없는 사상 초유의 상태에서 출범하게 됩니다. 당장 취임식 이후 업무는 어디서 보시며, 이 거대한 걸림돌을 어떻게 해결할 계획입니까?
김금희 회장: "맞습니다. 역대 이렇게 힘들게 출범하는 한인회는 없었을 겁니다. 재정적으로도 현재는 마이너스 베이스고,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처지입니다. 당장은 뜻이 있는 이사분 소유의 오피스나 공유 오피스를 빌려 업무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공간이 없다고 일을 못하는 건 아닙니다. 산호세 시 등에 비어 있는 공공 공간이 많습니다. 우리 커뮤니티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시정부의 핵심 관계자들에게 닿아 설득한다면 충분히 공간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두려움에 주저앉기보다 정부 펀드와 로컬 자원을 철저히 리서치해 플랫폼을 구축하는 플랜 B, 플랜 C를 가동할 것입니다."
Q. '차세대 육성'과 '동포 지원 서비스 확대'를 강조하셨습니다. IT·테크의 본산인 실리콘밸리의 젊은 인재들과 엔지니어들을 한인회로 끌어들이기 위한 구체적인 복안이 있으신가요?
김금희 회장: "단순히 '내가 한인회장이니 와라, MOU를 맺자'고 하면 젊은 엔지니어들은 절대 오지 않습니다. 그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명분과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실리콘밸리의 한인 엔지니어들과 한국 지자체의 엔지니어 및 기술 수요를 실질적으로 매칭해 주는 세미나와 커넥션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주류 사회와 함께하는 문화적 접근입니다. 얼마 전 최석호 주상원의원 행사인 '프렌즈 나이트(Friends Night)'에 다녀오며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우리도 주류 정재계 인사들과 한인 기업, 테크 인재들을 한데 모으는 캐주얼한 '세미 칵테일 파티' 형식의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려 합니다. 시대가 변했고 세대의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우리끼리 모이는 한인타운이 아니라, 미국 주류 커뮤니티가 먼저 '한국 문화와 한인타운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요구하게끔 어프로치 방식을 바꿀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도 살리고 기업들의 텍스 크레딧이나 펀드도 유치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Q. 임기 2년 동안 반드시 이루고 싶은 가장 큰 목표는 무엇입니까?
김금희 회장: "한인타운 조성, 한인회관 마련, 소통의 장 구축 등은 결국 하나의 선상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건물 하나에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실리콘밸리 특성상 기성 세대 눈에는 제 이야기가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그 비현실을 현실로 바꿀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실리콘밸리 동포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영사 업무의 경우,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의 기능을 이 지역으로 장기적으로 이전·확대하는 것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머스트(Must)' 과제입니다. 아울러 실리콘밸리 한미봉사회나 노인회 등 기존에 지역사회에서 훌륭히 제 역할을 하던 단체들과 경쟁하지 않겠습니다. 그분들이 필요로 하는 행정적 지원과 치매 핫라인 프로그램 등을 한인회가 뒤에서 든든히 서포트하고 개발해 주는 진정한 '섬김의 플랫폼'이 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6월 13일 이취임식에 참석할 동포들과 실리콘밸리 한인사회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금희 회장: "한인회장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함께 해야 합니다. 함께 갑시다!' 이 한 문장에 제 모든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23대 한인회는 여러분의 전문성과 마음을 모으는 진정한 네트워킹의 장이 될 것입니다. 동포 여러분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한인사회를 밝히는 주인공으로 함께 발맞추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판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