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성인 1억 9천만 명 의료 기록 분석 결과… 캘리포니아 등 합법화 주서 환자 60% 이상 늘어
온라인 베팅·예측 시장 활성화가 중독 부추겨… “뇌 고장 내는 중독성, 마약과 똑같아”
미국 내 여러 주에서 스포츠 도박을 합법화한 이후, 도박 중독(도박 장애) 진단을 받는 환자가 60% 이상 급증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스마트폰을 통한 온라인 베팅 플랫폼에 익숙한 20대 젊은 남성층에서 중독 환자가 가장 가파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전자 건강 기록(EHR) 분석 전문 기관인 ‘에픽 리서치’가 2018년 1월부터 2026년 3월까지 미국 성인 1억 9,700만 명의 의료 데이터를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스포츠 도박을 합법화한 주에서 인구 10만 명당 도박 중독 진단율이 기존 3.0명에서 4.8명으로 60% 이상 증가했다. 반면 스포츠 도박을 합법화하지 않은 11개 주에서는 같은 기간 도박 중독 진단 건수가 약 30% 감소했다.
이 같은 격차는 지난 2018년 미 연방대법원이 각 주의 온라인 스포츠 도박 합법화 길을 열어준 기념비적 판결 이후, 온라인 베팅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 따른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주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 '예측 시장(Prediction Markets)' 등 변종 온라인 베팅 사이트까지 우후죽순 생겨나며 도박 접근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스포츠 도박 합법화로 캘리포니아 등 미 전역에서 도박 중독 진단이 60%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AI 제작 이미지임>
조사 결과 연령별로는 30대와 40대(30~49세)가 전체 도박 중독 비율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증가 폭이 가장 두드러진 계층은 18세에서 29세 사이의 젊은 층이었으며 이들 중 대다수는 남성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연령대가 스마트폰 기반의 온라인 도박 플랫폼을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는 계층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럿거스 대학교의 마크 반 더 마스 사회복지학 교수는 “도박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 그에 따른 문제와 폐해도 비례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형태의 도박이 도입되거나 가용성이 급격히 증가하는 즉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의 수도 급증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공공보건 지지연구소(PHAI)의 해리 레반트 이사 역시 “스마트폰 속 온라인 도박은 과거 우리가 보았던 그 어떤 도박과도 본질적으로 다르며 훨씬 더 위험하다”며 “더 어리고 취약한 세대가 고도로 중독적인 제품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이 뇌의 갈망 메커니즘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헤로인 같은 강력한 마약 중독과 임상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고 지적한다.
반면 스포츠 도박 업계를 대변하는 미국게이밍협회(AGA)는 “이번 연구 결과는 실제 중독자 수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도박 중독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스크리닝(선별 검사) 확대로 인해 진단 건수가 많아진 것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협회 측은 업계가 도박 중독 예방 교육과 지원을 위해 매년 약 5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건 전문가들은 실제 도박 중독의 규모가 의료기관에 포착된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박 중독자 중 실제로 병원을 찾아 공식 진단을 받는 비율은 겨우 3~10%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단도박 모임(GA)이나 온라인 포럼 등 제도권 밖에서 도움을 청하기 때문이다.
또한 도박 중독은 겉으로 드러나는 신체적 징후가 없어 파산, 신용불량, 채무 위기 등 파국에 이르러서야 주변에 알려지는 '소리 없는 중독'이라는 점에서 가족과 사회에 미치는 고통의 깊이가 매우 깊다.
※ 도박 문제로 자가 진단이나 상담,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국립도박문제위원회 도움말 센터(1-800-MY-RESET) 또는 웹사이트(1800myreset.org)를 통해 연중무휴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김판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