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대비 방문객 40% 급감… 관세·유가 상승에 오크통·유리병 원가 10~12% 폭등
호텔 1박 평균 420달러·테이스팅 80달러 육박… 주말 체류비 5,000달러 '관광객 발길 뚝'
미 성인 와인 소비율 29% 하락… ‘무료 시음’·‘이색 이벤트’로 생존 안간힘
매년 20억 달러 이상의 관광 수익을 창출하며 세계적인 와인 명소로 군림해 온 캘리포니아 나파밸리(Napa Valley)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고 NBC 뉴스가 26일 보도했다. 관광객 감소와 와인 소비 둔화, 치솟는 생산원가와 비용이 맞물리면서 지역 와이너리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나파밸리에서 가족 경영 와이너리 ‘구스크로스 셀라스(Goosecross Cellars)’를 운영하는 크리스티 피셀리 대표는 "대형 와이너리든 영세한 곳이든 예외 없이 타격을 입고 있다"며 "현재 방문객 수가 5년 전과 비교해 약 40% 급감해 자금 회전이 매우 팍팍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나파의 유명 빈티지 와인은 현지에서 생산되지만 필수 원자재는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프랑스산 오크통, 중국산 유리병, 포르투갈산 코르크 마개 가격이 관세 인상과 유가 상승에 따른 운송비 증가로 일제히 올랐다.

<나파의 방문객 수가 5년 전과 비교해 약 4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아데일리타임즈 자료사진>
피셀리 대표는 "생산 원가는 10~12%나 상승한 반면 와인 가격은 겨우 1~2% 올리는 데 그쳐 늘어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광객 발길이 줄어든 배경에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현지 물가가 자리 잡고 있다. 나파 카운티 관광마케팅기구 '비지트 나파밸리'에 따르면 지난해 나파 방문객은 380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나파밸리 호텔의 1박 평균 숙박비는 팬데믹 이전보다 25% 상승한 420달러에 달하며, 실리콘밸리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와인 시음(Tasting) 비용도 80달러에 육박한다. 주말 동안 항공료, 렌터카, 숙박, 식비 등을 합치면 와이너리에 입장하기도 전에 5,000달러가량의 경비가 소요되는 실정이다.
여기에 미국인들의 와인 소비 감소세도 악재로 작용했다. 와인시장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와인 음용 비율은 3년 전 34%에서 최근 29%로 눈에 띄게 떨어졌다.
상황이 악화하자 와이너리들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스크로스 셀라스는 단순한 시음을 넘어 영화 상영의 밤, 코미디 쇼 등 다양한 체험형 이벤트를 신설해 고객 유치에 나섰다. 또한 기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전담 직원을 충원하고 손편지 초대장을 발송하는 등 고객 관리를 강화했다.
직원 100여 명을 둔 50년 전통의 유명 와이너리 ‘뷔 사투이(V. Sattui)’의 톰 데이비스 대표는 파격적인 ‘무료 시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 2회 시음료를 면제하고 세 잔의 무료 시음을 제공하자 와인 판매량이 오히려 급증했고, 이에 따라 무료 시음 운영일을 주 3일로 확대했다.
데이비스 대표는 "나파 전체 시음이 무료였던 과거의 방식으로 문턱을 낮춰 고객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인 생존과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업계 지속 가능성을 지켜내기 위한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와인업계 관계자들은 “2026년은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역대 가장 힘든 한 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차별화된 경험 제공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판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