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을 아우르는 한국 미학의 스펙트럼과 178점의 대공개
경계를 넘어선 사색, RM의 손길로 완성된 8개의 전시 공간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김남준)이 미 서부 최대의 현대미술 기관인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과 손을 잡고 미술관 공동 큐레이터로 공식 데뷔했다.
단순한 작품 대여나 셀러브리티의 이름을 내건 일회성 행사를 넘어, 기획 단계부터 주제 선정까지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미술계와 대중의 뜨거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9월 29일 SFMOMA에서 열린 언론 프리뷰 행사를 통해 베일을 벗은 이번 특별전의 공식 명칭은 "RM x SFMOMA: Between You and Me"로 확정됐다.

<방탄소년단(BTS)의 RM이 지난 9월 29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열리는 ‘RM X SFMOMA: 당신과 나 사이’ 특별 전시회 사전 공개 행사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RM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는 이번 특별전은 오는 10월 3일 개막해 2월 7일까지 열린다>
전시 기간은 오는 10월 3일부터 내년 2월 7일까지이며, 미국 내에서 개최되는 유일한 단독 전시로 진행된다. 이날 현장에는 RM의 부모와 누나 등 가족도 참석해 그의 새로운 도전을 축하했다. RM은 행사를 마친 뒤 방탄소년단 멤버들과의 'ARIRANG' 스타디움 월드투어 남미 공연 합류를 위해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했다.
1,500년을 아우르는 방대한 컬렉션과 미학적 대화
2년 전 SFMOMA 측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RM이 입대를 앞둔 시기부터 공을 들여 결실을 맺었다. 전시에는 RM이 지난 10년간 수집한 개인 소장품 400여 점 중 엄선된 142점과 SFMOMA 소장품 36점을 합쳐 총 178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공동 기획을 맡은 SFMOMA의 김효은 보조 큐레이터는 RM의 컬렉션이 6세기 작품부터 조선시대를 거쳐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무려 1,500년의 세월을 아우르는 '놀라운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17세기 이원찬의 회화부터 김환기, 윤형근 등 한국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수작이 대거 포함되어 한국적 정체성과 미학을 세계 무대에 깊이 있게 각인시킨다.
'RM'의 시선으로 완성된 8개의 방과 손글씨 연출
전시는 총 8개의 파트로 구성됐으며, 미술관 입구의 거대한 흰 벽면에는 RM이 직접 쓴 전시명과 함께 "눈과 마음으로 담아주세요(Plz take it in with your eyes and heart)"라는 손글씨가 영문과 국문으로 새겨져 친근함을 더한다. 각 작품의 벽면 텍스트와 오디오 내레이션 QR 코드 역시 RM이 직접 작성했다.
주요 섹션 및 특징으로는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의 작품을 조명하는 '블루 워터(Blue Water)', RM 특유의 재치가 묻어나는 'i don’t know..but i like it' 등의 공간이 마련됐다. 특히 마지막 방인 '다색(Umber)' 섹션은 RM이 각별한 애정을 지닌 고 윤형근 화백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SFMOMA 소장품인 마크 로스코의 대표작 'No. 14'(1960)가 윤형근의 작품과 나란히 배치돼 깊은 울림을 전한다. RM은 전시 팸플릿을 통해 로스코의 어둠이 '열리는 어둠'이라면, 윤형근의 어둠은 모든 것을 견뎌낸 뒤 '남겨진 어둠'이라고 해석을 덧붙였다.
"경계를 성찰하는 단단한 연결다리가 되기를"
정형화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아웃사이더'로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싶었다는 RM은 이번 전시에 대해 "우리는 수많은 경계의 시대에 살고 있다"라며, "이번 전시가 많은 사람에게 경계를 성찰하는 작고도 단단한 연결다리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공동 기획자 아메리카 카스티요 프로젝트 매니저는 비정형적 배경을 가진 인물이 주요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대중과 미술관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고 전했다.
<김판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