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같은 사람들한테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왔다”
지난 3월 고열·기침 증상을 보이는 한 응급환자는 치료를 위해 다가간 헹키 림(44)에게 이 같은 말과 함께 침을 뱉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헹키 림은 인도네시아 출신이다. 그는 “간호사로 일 해온 10년동안 이날 같은 차별을 당한 것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20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내 아시아계 의료진들이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인용 보도했다.
<보스턴에 위치한 매스 제너럴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는 루시 리 씨도 인종차별을 경험했다. 그는 "내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지만 내 외모때문에 이같은 대접(인종차별)을 받는다"고 말했다. 사진= 워싱턴포스트.>
중국발 코로나 확산 이후 중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이 언어폭력과 물리적 공격에 노출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COVID-19) 위험을 무릅쓰고 치료를 하고 있는 아시아계 의료진마저 이 같은 차별을 겪고 있는 것이다.
미국 내 보건·의료 종사자에서 아시아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의사 중 18%, 간호사 중 10%이다. 전체 인구 중 아시아계 비중 6%를 훌쩍 웃도는 비율이다.
UCSF에서 근무하는 러셀 정은 “3월 중순 이후 아시아인을 겨냥한 혐오와 공격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며 “특히 여성 피해가 남성의 두 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신고 유형은 주로 침 뱉기, 찌르기, 탑승 거부 등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시아인 의료진들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마저 환자들의 욕설과 조롱, 진료 거부 등을 겪고 있다. 이에 WP는 “의료진들이 코로나와 싸우는 동시에 혐오 범죄도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꺼번에 두 명의 적과 맞선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른 점 등이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현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