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전운이 감돌기 시작하자 세계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작년 말부터 보도되는 러시아의 침공설에 대해 현지의 분위기는 담담한 듯하다. 그러나 전쟁의 가능성에 대한 보도를 매일 접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기분은 그다지 밝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전쟁이 임박했다는 예측, 러시아와 국경에 병력이 배치되어 금방이라도 전쟁이 발발할 듯한 분위기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경제 불안정 가중으로 서민들의 생활은 힘들기만 하다. 이러한 긴장 상황이 언제 종료가 될지는 미지수이다. 서방의 대사관 직원들이 안전을 위하여 철수한다는 소식이 종종 보도되는 가운데, 섣부른 판단을 하기에는 위험성이 커 보인다.
이렇게 전운이 감돌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도 현지 한국어 학습자들의 언어 공부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학생들은 실력을 더욱 높여 한국으로의 유학을 꿈꾼다.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전쟁의 위협 속에서 배움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는 것이다. 한편, 오는 4월에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이 시행될 예정이다. 통신원은 해당 시험을 시행하는 키예프 한국교육원에서 시험을 신청하고자 현장을 방문한 학생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학생들 상당수는 독학과 개인 교습을 통해 한국어를 최소 1년 이상은 공부를 해왔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열리는 제81회 한국어능력시험 접수 등록 현장>
인상이 깊었던 학생은 러시아 국경 근처 수미(Суми, Sumy)에서 왔다는 다리나 씨였다. 대학에서 강사로 근무 중인 부모님과 새벽 일찍 기차를 타고 무려 5시간을 달려 키예프에 등록을 하러 왔다는 다리나 씨는 “최근의 러시아의 침공위협에 대해서 주민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면서 “강한 애국심으로 혹시 모를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는 하고 있다”고 언급한다. 참고로 수미 지역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지역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애정은 더욱 강한 곳이다. 다리나 씨는 드네프로시에 위치한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1년간 학습하고, 이번에 처음으로 자신의 한국어 실력 평가를 위해 등록한다고 한다. 앞으로 희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의 대학에 유학을 가는 것이라고 한다.
하리코프에서 새벽부터 혼자서 기차를 타고 등록을 위해 예카테리나 씨는 현재 쉬콜라(한국의 초등학교, 중학교에 해당) 10학년(한국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하리코프는 수도 키예프에서 동쪽으로 대략 5백 킬로 거리에 위치한 도시이다. 개인 교습으로 1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했고 처음으로 한국어 능력 시험에 도전한다고 한다. 새벽부터 먼 거리 기차로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혀 피곤한 기색 없이 한국어 능력 시험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화훼업에 종사한다는 학생 율라 씨도 “동양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특히 한국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무엇보다 타인을 존중하고 남을 배려하는 문화가 인상적”이라고 답변했다. 율라 씨는 한국과 우크라이나, 양국의 문화를 비교하면서 놀라울 정도의 관찰력을 가지고 세밀한 부분까지 본인이 느끼는 차이점을 설명했다. 율랴 학생은 “우크라이나의 모든 것은 한류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식생활, 의복, 영화, 음악 등 한국의 영향이 없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어에 대해서도 “한국어 학습은 흥미롭다. 처음으로 치루는 한국어 능력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꼭 거두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키예프에 위치한 사립 리쩨이(초등학교, 중학교) 마우프에서는 1월부터 한국어 수업을 시작했다. 우선 시범 과정으로 한국어 학습반이 개설됐는데, 교실을 가득 메울 정도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어하는 재학생들이 모였다. 리쩨이 마우프는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폴란드어를 제2외국어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 대한 인기를 반영하듯 한국어를 배우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아 학급을 추가 개설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한다.
<1월에 시작한 리쩨이 마우프의 한국어 수업 첫날의 모습>
키예프에 위치한 국립경제대학도 가을부터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을 위해 현재 협의 중이다. 한국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언어가 필수적이라는 외국어학부장의 제안에 따라 국립경제대학은 봄부터 한국어 프로그램 개설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첫 단계에서는 재학생들의 한국어에 수요 조사를 실시하여 가을부터 정식과정으로 한국어프로그램을 개설할 예정이다.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갈등의 문제를 주제로 연일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외부의 위협에도 우크라이나의 국내 상황은 의외로 침착하다. 그 속에서 이번 한국어능력시험 접수 등록 현장에는 한국어에 대한 인기를 반영하듯 등록자 수는 작년의 등록 인원을 초과하여 기록을 또 다시 갱신했다. 한국어 시험 신청자 인원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를 반영하여 가을에는 우크라이나 서부지역인 위치한 르보프에도 신규 시험장이 개설되어 서부지역의 한국어 학습자들의 편의를 도모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학생들의 한국어에 대한 열정이 안전한 환경에서 지속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KOF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