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는 한국과 식문화에서 많은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가 음료에서 확연하게 나타난다. 한국에서는 식사를 할 때 주로 물을 마시는 반면, 말레이시아에서는 식사에 달달한 음료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현지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에 방문해보면 친숙한 한식에 밀크티나 쉐이크와 같은 달콤한 음료를 함께 판매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한식을 덜 맵게 변형할 뿐 아니라, 음료도 현지 문화에 맞게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호커(hawkwer) 문화를 접목해 한식에 현지 음료를 파는 곳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호커란 말레이시아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천 식당으로, 과거 이주민들이 자전거 또는 수레에 음식을 판매하던 것이 현재까지 이어진 것이다. 호커에는 음료나 주류를 파는 매장이 따로 있어 자리에 착석하면 음료수를 별도로 주문하는 방식이다. 최근 현지 프랜차이즈는 호커처럼 음료와 한식을 따로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인 협업 사례로는 2018년 문을 연 밀크티 프랜차이즈 블렉 웨일과 한국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춘 프라이의 사례를 들 수 있다. 블렉 웨일은 말레이시아에 41개 지점, 브루나이 4개 지점을 운영하는 밀크티 프랜차이즈이다. 춘 프라이는 한국 치킨과 떡볶이, 핫도그, 라면 등 분식류를 판매하는 브랜드로 2021년부터 블렉 웨일과 협업해 매장을 운영 중이다. 블랙웨일X춘프라이는 팝콘 크기의 프라이드 치킨과 콜라를 함께 담은 콜팝을 선보였다. 더불어, 치킨 대신 감자튀김을 올린 후렌치콜팝 등의 메뉴에 콜라 대신 다양한 음료를 선택할 수 있게 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친구들과 영화를 보거나 드라이브를 갈 때 후렌치콜팝을 먹는 모델과 '한국', '음식', '맛있다' 등의 한글을 내세워 광고를 선보이는 중이다.
< 블랙웨일X춘프라이의 광고의 한장면 - 출처: 블랙웨일 말레이시아 유튜브 계정(@Black Whale Msia Official) >
통신원이 찾은 블랙웨일X춘프라이 매장은 입구부터 익숙한 한글이 눈에 들어왔다. 매장 내에서는 케이팝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4~5명의 직원들은 주문 받은 음료와 음식을 조리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를 묻는 통신원의 질문에 직원들은 밀크티와 떡볶이를 추천해주었다. 한국인인 통신원의 입맛에 춘프라이의 떡볶이는 라면스프 맛이 강했다. 콤보 메뉴 가격은 26.9 링깃(약 8천원)으로 현지 물가에 비해 다소 비싼 경향이 있다. 하지만 떡볶이는 매운맛을 중화할 수 있는 밀크티와 잘 어울렸고, 양념치킨에는 탄산이 튀는 과일 음료과 조화를 이뤄 먹는 즐거움이 있었다. 통신원과 매장을 찾은 수립(Su Lip) 씨도 분식에 현지 음료를 먹는 경험이 새롭다고 평가했다. 수립 씨는 '이곳은 간단히 식사도 해결하고 음료도 맛있어 일부러 찾아올 것 같다.'며 '또한 분위기도 좋아 노트북을 들고 혼자 일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한국 길거리 음식과 말레이시아 음료를 판매하는 블랙웨일X춘프라이 - 출처: 통신원 촬영 >
최근 한식은 한국적인 요소와 지역적인 요소를 배합한 혼종의 문화로 부상하고 있다. 20년 전 한식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었다면, 지금의 한식은 한국적이지 않은 동시에 한국적인 것을 내세우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한국이 아닌 말레이시아라는 것이다. 이제는 말레이시아인이 주체적으로 다른 말레이시아인에게 한식을 전파한다. 말레이시아에서의 한식은 가장 한국적이라기보다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말레이시아적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혼종 한식을 전통 한식과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변형된 한국 음식도 여전히 한식이라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어, 현재의 한류가 과거와는 달라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말레이시아는 문화적 다양성을 기반으로 형성된 국가로, 지역과 인종별로 다른 식문화에 맞춰 한식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오로지 전통에 입각해 한식을 정의하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한식을 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태도의 변화를 기반으로 한국 길거리 음식과 말레이시아 음료 문화에서 더 나아가 베트남 커피, 프랑스 와인 등과 함께 한식의 접근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KOF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