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최초의 케이팝 뮤직 페스티벌 '2023 케이팝 럭스 X SBS 슈퍼 콘서트(2023 KPOP LUX X SBS Super Concert in Madrid)'가 지난 7월 22일 마드리드 시비타스 메트로폴리타노(Estadio Cívitas Metropolitano)에서 열렸다. 케이팝 2세대 아이돌의 레전드 그룹 샤이니(SHINee)부터 4세대 아이돌을 대표하는 크래비티(CRAVITY), 스테이시(STAYC), 아이브(IVE), 에이티즈(ATEEZ), 엔하이픈(ENHYPEN) 그리고 5세대 아이돌 싸이커스(xikers)까지 총 7개의 아이돌 그룹이 한자리에 모여 공연을 펼쳤다.
지난 4월 공연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스페인 한류 팬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아이브와 에이티즈, 엔하이픈만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음에도 팬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에이티즈는 벌써 스페인에서 단독 공연을 두 번이나 개최해 현지에서 많은 팬덤을 소유하고 있는 그룹이다.
또한 Mnet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I-LAND>에서부터 해외 팬들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엔하이픈의 첫 스페인 공연 소식에 한류 팬들은 크게 들썩였다. 이후 샤이니를 포함한 모든 라인업이 공개되자 2세대 케이팝 팬들은 정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샤이니의 음악과 함께 자랐다는 타냐 씨는 "라인업을 보자마자 울컥했다."며 "꿈의 공연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22살인 파트리샤는 "BTS로 케이팝에 입문해 1세대 케이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두 섭렵 중"이라며 샤이니를 '나의 아이들(Mis niños)'라고 부르면서 "가장 앞자리에서 나의 아이들과 함께 숨쉬기 위해 200유로(약 29만 원)가 넘는 티켓을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고 말했다.
'SBS 슈퍼콘서트'가 열리는 시비타스 메트로폴리타노는 6만 8천 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의 경기장으로 스페인 축구팀 아틀레티코의 홈구장이기도 하다. 여러 편의 시설과 4,000대에 이르는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갖추고 있어 위켄드(THE WEEKEND)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공연을 하기도 한 장소이다.
<마드리드에서 열린 '2023 케이팝 럭스 X SBS 슈퍼 콘서트'- 출처: 통신원 촬영>
무대와 가까운 스탠딩 좌석을 구매한 관람객들은 앞쪽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공연 2~3일 전부터 공연장 주변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파트리시아 씨는 "친구들과 함께 3일 동안 공연장 근처에서 잠을 잔 결과 거의 맨 앞 줄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행사 당일 행사장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은 응원봉과 자신이 좋아하는 케이팝 아이돌의 굿즈로 꾸민 이들로 가득했다. 한눈에도 많은 인파들이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들의 얼굴에서는 설렘과 긴장이 느껴졌다. 몇몇은 벌써 눈시울이 붉히는 모습이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흘러나오는 음악과 영상에 환호하며 오랫동안 고대한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아이돌 그룹이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내자 관객들은 경기장이 떠나갈 것 같은 환호성으로 이들을 맞이했다. 공연 시작 전부터 눈시울을 붉히던 15살 이레네는 "이들을 마드리드의 한 경기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연신 가슴을 쓸며 진정시켰다.
콘서트는 싸이커스 무대로 시작됐다. 현지의 어린 소녀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열광했다. 무대가 끝난 후 싸이커스 멤버들은 놀랍게도 스페인어로 팬들에게 인사했다. 싸이커스의 노래를 처음 듣는다는 현지인들도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카리스마 있는 무대에 빠져들었다. 이후 샤이니 멤버인 태민, 민호, 키가 사회자로 나서 "열정의 나라 스페인에서 케이팝으로 하나 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며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스테이시 멤버들이 마드리드 곳곳을 즐기며 추로스를 먹는 모습 등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팬들은 연신 "예쁘다!"를 외치며 스페인의 문화를 즐기는 모습을 공유한 멤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기도 했다. 스테이시의 무대가 끝날 때쯤에는 긴 스페인 여름의 해가 저물고 팬들이 가져온 응원봉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스페인의 여느 콘서트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이어 무대에 오른 크래피티는 팬들에게 스페인어로 인사를 건네며 "스페인에 처음 왔는데 정말 행복하다."라고 전해 현지 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특히 크래피티 멤버들이 매 순간 관객들과 호흡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팬들은 사랑에 빠진 듯 그들의 무대를 바라봤다.
이후 많은 팬들이 기다리던 엔하이픈의 무대가 시작되자 경기장은 환호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스페인어 곡인 <Despasito>를 포함해 네 곡을 선보인 엔하이픈의 무대는 인상적이었다. 이윽고 무대에 오른 에이티즈는 무대 중간 팬들을 걱정하며 물을 나눠주는 등 더 없는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 밴드 더 로즈(The Rose) 외에는 케이팝을 듣지 않았다는 44살의 하나(Hana) 씨는 "에이티즈의 무대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졌다."며 "한국 드라마로 시작해 이제는 케이팝에 빠져 위험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후 샤이니를 제외한 모든 그룹은 블랙핑크, 세븐틴 노래를 열창하며 오마주 무대를 꾸몄다. 마지막 샤이니 무대에 앞서 많은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샤이니를 통해 아이돌의 꿈을 꾸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인터뷰 영상이 상영됐다. 해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JUICE> 무대에 현지 팬들이 열광했다. 이어 <View>가 흘러나오자 모두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하나가 됐다.
9시에 시작된 공연은 자정이 넘어 끝이 났다. 모든 무대가 끝났지만 팬들은 여운에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울음을 터트리는 이들도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4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며 "이제 막 꿈에서 깬 듯이 멍하다"는 나탈리 씨는 "이 경기장을 가득 메울 정도면 성공적인 공연이었다고 할 수 있으니, 앞으로 더 많은 케이팝 콘서트가 마드리드에서 열리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전했다.
총 7개의 아이돌 그룹이 4시간 동안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 낸 매 순간은 현지 한류 팬들에게 큰 선물이었다. 샤이니의 음악을 듣고 자랐다는 타냐 씨처럼 엔하이픈이나 싸이커스의 음악을 듣고 자라는 케이팝 현지 팬들이 미래에 어떤 모습일지, 또 그때의 케이팝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게 되는 밤이었다.
<KOF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