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에 위치한 동아시아박물관(Östasiatiska museet)이 엘리베이터 공사를 이유로 이번 달부터 2년 동안 문을 닫게 됐다. 동아시아박물관은 한국관에서 많은 한국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국립 박물관이다.
또한 동아시아박물관에서는 스톡홀름에서 흔치 않은 한국 관련 행사가 종종 열려 대중들이 한국문화를 접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왔기에 더욱 아쉬운 소식이다. 통신원은 박물관 임시 폐관 전 방문해 본 한국관의 모습을 공유하고자 한다.
< 동아시아박물관 한국관 내부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관에 들어서면 한국 건축가 황두진이 설계한 내부가 가장 눈에 띈다. 목재로 이루어진 서까래 모양의 장식이 꼭 한옥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 서까래 지붕은 아니지만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이 천장 장식은 한국관에서만 볼 수 있어 평범한 천장인 다른 전시관들과의 대비가 확실하다.
또 한지로 덮인 창문도 한옥을 연상시킨다. 한국관은 일본이나 중국관에 비해 확연히 작은 규모를 가졌지만 5세기(삼국시대)부터 20세기(조선말)까지의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벽에 부착된 역사 연표를 통해 관객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국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동아시아박물관의 한국 관련 소장품은 총 510점의 유물과 29점의 그림이다. 한국관에 이 모든 소장품이 전시된 것은 아니지만 주로 도자기, 금속, 그림, 서예, 목재 가구, 직물, 칠기 및 유리나 돌로 만든 유물 등이 전시돼 있다.
< 한국 서봉총 유물 발굴 현장에서의 구스타프 6세 - 출처: 통신원 촬영 >
구스타프 6세(Gustaf VI Adolf) 스웨덴 국왕은 1926년 한국을 방문했다. 그의 생애 동안 동아시아박물관에 많은 유물을 기부한 것이 한국관의 기초가 됐다. 그는 한국의 고고학과 한국 미술에 관심을 보인 최초의 스웨덴 공식 인사다. 이와 더불어 한국관의 소장품 중 대부분은 한국전쟁 당시와 그 이후 부산 스웨덴 적십자 야전병원에서 근무했던 스웨덴 의사, 간호사, 외교관, 사업가가 구입한 기증품이다.
< 조선시대 청룡 도자기, 호랑이 그림 - 출처: 통신원 촬영 >
청룡의 해를 맞은 올해이기에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청룡 도자기가 더욱 뜻깊게 느껴졌다. 입체 청룡이 더해진 도자기는 한국에서도 보지 못했던지라 딱 봐도 희귀한 유물임이 느껴졌다. 청룡의 수염이나 발, 뿔과 눈이 매우 섬세하게 제작돼 가까이서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도자기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름이나 청룡의 꼬리를 타고 놀고 있는 아이들이 보여 웃음을 자아낸다.
동아시아박물관은 "한국은 호랑이의 나라로 불리기도 했다. 호랑이는 한국의 단군신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과거 산간지대에 호랑이가 많이 서식하는 등 호랑이는 한국의 역사나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소개했다.
익살스러운 얼굴을 한 호랑이 그림의 좌측에는 '진창당인(晉昌唐寅)'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아마도 화가, 서예가, 시인이기도 한 명나라의 유명한 학자인 진창의 당인(1470-1524)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그림은 아마도 위조된 작품일 것이라고 박물관은 설명했다. 호랑이는 사방 수호동물 중 하나로 백호는 서쪽을 상징하며 사고와 악령을 막아준다고 믿어 새해가 되면 종종 집 문에 호랑이 그림을 걸어두던 풍습이 소개되기도 했다.
< 한국관 오디오 가이드, 재생 영상 - 출처: 통신원 촬영 >
전시관 가장 안쪽에서는 박물관에는 존재하지 않는 소장품에 대한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스웨덴어와 영어로 제작된 오디오 가이드를 헤드폰으로 들어볼 수 있었다.
영상은 소장품의 발굴, 보존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고 한국의 도예가 이강효가 동아시아박물관에서 야외 작업을 진행하던 당시의 장면, 그가 한국에서 도예 작업을 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까치나 호랑이처럼 한국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었다. 또한 1988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부터 2018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을 통해 한국의 현대, 그리고 한류에 대한 설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동아시아박물관 한국관은 스웨덴 대중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임이 분명하다. 동아시아박물관은 임시 폐관 예정이지만 2년 후 재개관해 더 다채로운 전시와 행사를 선보이길 바란다.
<KOF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