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여성들은 화장을 할 때, 두꺼운 피부표현에 눈썹을 진하게 그리고 이목구비를 더욱 과장되고 뚜렷하게 보이게 하는 화장법을 흔하게 사용한다. 화장법에서 비교적 서양방식을 따라가고 선호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 몇 년 전부터 한국식 화장법, 한국식 피부표현 등 소위 ‘K-beauty’ 스타일의 화장법이 현지 여성 사이에서 회자 되기 시작했다.
드라마를 많이 보는 젊은 여성들이, 여성 출연자들을 동경하고 그들의 스타일을 따라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한국 화장품을 구입하기 어려워서, 한국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을 통해 알음알음 소개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21일 한국문화원과 KOTRA의 주최로 ‘K-뷰티 인 카이로(K-Beauty in Cairo)’라는 행사가 카이로 그랜드타워 호텔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메인 행사였던 메이크업 시연 장면과 이를 보기 위해 모인 참석자들 – 출처 : 주이집트 대사관 페이스북 페이지(@KoreanEmbassyEg)>
처음으로 K-Beauty 관련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에 오전부터 행사장은 한류 팬들로 북적거렸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집트에 방문한 10여 개의 한국업체들이 제품을 전시하고, 브로셔 등으로 제품을 소개했고 이집트 바이어들과 만남을 갖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집트 바이어들도 관심을 많이 보였고, 적극적으로 미팅을 진행했다. 약 70여 개의 이집트 업체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또한 미리 선정된 이집트 한류 팬을 대상으로 미스코리아 출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세희 씨가 한국식 메이크업을 시연하는 프로그램이 오전과 오후에 걸쳐 2회 준비되어 있었다. 행사장 중앙에는 문화원에서 지원한 한국인 메이크업 팀들이, 화장법에 관심을 보이는 참석자들에게 화장을 해주는 테스트 시간도 있었다.
기초화장품, 색조화장품, 에스테틱 제품, 페이스 마스크 등 제품이 골고루 들어온 가운데, 카타르에도 수출을 하고 있다는 한 업체는 “탈모방지 샴푸가 고가 라인이어서, 구매력이 있을까 의구심이 들어서 저가형 마스크팩도 가지고 왔는데 바이어들이 오히려 탈모방지 샴푸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며 이집트 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모든 업체 부스에는 한국어과 출신 통역사들이 유창한 한국어로 통역을 돕고 있었다.
<한국에서 참석한 업체들과 바이어들의 미팅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업체들의 미팅이 B2B로 진행되다 보니, 일반 참석자들은 제품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면서도 개인 구매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행사가 아닌 것에 대해서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관심있는 개인에 대해서 제품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도 하지만, 판매가 이루어지는 형식이 아니라 수입 상담에 대해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참석자들 중 일부는 “구매할 수 없어서 아쉽다. 샘플이라도 판매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오전부터 참석했다는 라완 왈리드(Rawan Waleed) 씨는 “테스트를 하는 것은 너무 북적거리고 순번이 오래 걸리고, 아티스트의 시연은 중간에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기대했던 것만큼 재미가 없다. 이왕이면 K-Beauty에 대한 프로그램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라고 참석 소감을 밝혔다.
그에 반해 무척 밝은 모습으로 행사장을 나가는 한 무리의 소녀들이 있었는데, 한국 메이크업을 받고 신나하는 모습이었다. 그들에게 한국의 메이크업 특징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여러 의견이 나왔다. “한국의 메이크업은 순수하고 귀여운 느낌이다”, “소녀 같다”, “어려 보인다” “이집트의 메이크업은 날카로운 느낌이고 무겁다”라며 열정적으로 한국식 메이크업의 특징에 대해 말해 주었다. 또 다른 무리의 학생들도 “한국 제품을 사용하면 피부가 촉촉한 느낌이 든다” “한국 메이크업에만 있는 것은 애교살이다. 우리도 한국 제품으로 애교살을 만들고 싶다”며 한국인으로서도 평소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듣는 것이 흥미로웠다.
<한국식으로 화장을 해보고 기분이 좋다고 말하는 참석자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행사장을 돌며 느낀 점은, 현실과 기대의 간극과 주최 측과 참석자들의 기대에 대한 간극이었다. 이집트 여성들이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까다로운 제품 등록 등 아직 수입의 절차가 수월하지 않기 때문에 이 장벽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도 일었고, 꽤 많은 참석자들이 “이집트 온라인상에 회자되는, 많이 알려진 로드샵 제품들이 올 줄 알았다.” 등, 행사의 취지와는 다소 다른 기대를 안고 와서 실망감을 안고 돌아가기도 했기 때문이다. 첫 회로 진행되는 이벤트였던 만큼, 차 회에는 참석자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모아서 더 알차고 실속있는 행사가 준비되기를 기대해본다.
<KOF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