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북부(북가주) 지역 한인들의 눈과 귀가 오랜만에 호강했다.
지난 3일 샌프란시스코 헙스트극장에서 '국경일 음악회'가 코리아위크(한국문화 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총영사 박준용) 주최로 열린 이날 음악회에는 지역 한인들과 샌프란시스코 주재 각국 영사관 관계자 등 900여명이 참석해 '문화대국'으로 떠오른 한국의 수준 높은 공연을 감상했다.

첫번째 무대에 오른 가민은 피리로 ‘영산회상 중 상령산’을 연주했다. 그는 나즈막한 피리의 읊조림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면서 한국의 소리를 내뿜었다. 또한 가민 연주자는 한국의 전통 국악기 중 유일하게 화음을 내는 생황으로 '아리랑'을 연주했다.
바가지 모양의 둥근 통에 여러 개의 대나무관이 꽂혀 있는 독특한 모습과 신비로운 음색의 생황을 ‘천년의 역사를 지닌 악기’라고 말한다. 흔치 않은 국악기인 생황이 내는 소리의 질감에 관중들은 매력적이라며 신기해 했다.
손화영 가야금 연주자는 ‘가야금 산조’를 통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깊이 있는 선율을 들려줬다.
가민과 손화영 연주자가 피리, 가야금 듀엣으로 '한국민요'를 연주, 두가지 악기로 다양한 소리를 표현했다.
전공자들이 모여 매년 공연도 하고 있는 쏘넷앙상블(단장 배아람)은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D장조, K.136(Divertimento in D major K.136)’을 완벽한 하모니와 기량으로 소화해 그동안 축적한 수준높은 실력을 제대로 과시했다.
세계적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쏘넷앙상블과 협연한 페르난도 소르의 ‘라 로마네스카(La Romanesca)’도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용재 오닐은 오펜바흐의 ‘자클린느의 눈물’,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재즈 모음곡 2번’ ‘섬집아기’ 등을 통해 그만의 감성과 분위기로 영혼을 울리는 ‘연주’를 만나게 해줬다.
특히 음악을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난 그의 연주가 일으키는 '마음의 착시 현상'으로 슬픈 선율은 더욱 슬프게, 기쁨은 더욱 기쁘게 증폭됐고, 극대화됐다.
한국전통에서 시작해 서양악기로 넘어간 연주가 끝나자 레퍼토리가 180도 바꿨다.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소년 합장단을 '국경일 음악회' 무대에 세우는 주최 측의 배려가 돋보였다. 한인 청소년들로 구성된 퍼시픽 유스콰이어(음악감독 최현정)가 새야, 새야, 파랑새야', '고향의 봄', 'Sing, Sing Sing'으로 생동감과 활기 넘치는 귀여운 무대를 보여줬다.

세계적 수준의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바리톤 이고 비에라가 한국어로 '청산에 살리라'를 불러 큰 감동을 선물했다. 오페라 카르멘의 투우사의 노래 'votre toast, je peux vous le rendre'를 선보여 최정상급 바리톤의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줬다.

지난 7-8월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주최로 한국의 유명 안무가들을 초청해 열린 'K-팝 아카데미'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 제이슨 누엔(베트남계)과 커니 싱이 장(중국계)이 신나는K-팝 댄스로 행사의 흥을 북돋었다.

마지막 무대는 한국의 유명 뮤지컬배우 카이가 ‘내일로 가는 계단’(더 라스트 키스), ‘지금 이순간’(지킬 앤 하이드), 'Where in the world'(오페라의 유령) 등과 앵콜곡으로 ‘내마음을 샌프란시스코에 두고 왔네'(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를 열창했다.

그는 공연당일 입국해 다음날 돌아가는 1박2의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밝은 얼굴과 쾌활한 목소리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카이는 "이 (짧은) 순간만을 위해 왔고,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에서 공연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떨렸다"며 감동의 인사말과 함께 단숨에 무대를 휘어잡았다.

이날 공연을 본 상당수의 관객들은 작년 보다 구성이나 내용면에서 다양했고, 탄탄했다며 아마추어에서 프로, 초등학생부터 청장년층까지 한무대에 올라 하나되는 모습이 한국의 '국경일 음악회'의 취지에 어울리는 것 같아 보기가 좋았다고 평했다.
<김판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