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28일 6조달러 규모의 10월 1일 시작하는 2022회계연도 예산안을 공개했다.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언론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뒤 첫 예산안은 복지와 고용에 방점이 찍혔다. 미국가정계획, 미국일자리계획 등 아직 의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증가율을 기준으로 가장 크게 예산이 늘어난 부문은 교육, 보건, 환경 등이다. 교육부 예산은 전년비 41%, 보건부 예산은 23%가 늘었다. 환경청(EPA) 예산 역시 1년 전보다 22% 더 많아졌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중점을 뒀던 이민단속을 위한 국토안보부 예산은 0.1% 삭감됐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우선 순위였던 국방 예산은 증액되기는 했으나 증가폭이 미미했다. 국방·국내프로그램 예산에 1조5200억달러가 할당돼 전년 1조4000억달러에 비해 8.6% 증가했지만 국방부에 배정된 예산은 단 2% 증가하는데 그쳤다.
CNBC는 바이든 대통령의 첫 예산안은 대통령 자신이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 그 우선 순위를 정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엇에 중점을 두는지 말하지 마라. 대신 돈을 어디에 썼는지 보여주면 네가 어디에 가치를 두는지 말해주마"라는 선친의 말을 자주 언급해왔다. 그의 정책 우선순위가 예산안에 그대로 반영돼 있음을 시사한다.
<블룸버그>
그렇지만 정책 우선 순위에 따라 예산 배정이 엄청나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내년 예산안 6조달러 가운데 3000억달러만이 내년에 신규로 지출되는 예산이다. 나머지 대부분 예산은 이전부터 법에 따라 행정부가 의무적으로 지출토록 돼 있는 예산에 배정돼 있다. 의료보험, 사회보장제도, 국채 이자 지급 등이 그것이다.
새 행정부가 내년 예산 가운데 임의로 동원가능한 규모는 약 1조5000억달러 수준이다. 연방정부 각 기관에 배정되는 예산도 이 안에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이미 국방부에 배정됐다.
세출만 정해진 것은 아니다. 세입확대를 위한 세제개혁안도 포함됐다. 백악관은 세제개혁으로 세수를 확대해 재정지출 확대를 충당할 수 있다고 봤다. 세제 개혁 핵심은 우선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올리고, 국세청(IRS)의 집행 기능을 강화하며, 부유층에 대한 부유세를 높이는 것이다.
또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에 제품을 들여와 파는 미 기업들에도 과세가 강화된다. 이른바 '메이드인 아메리카' 세금이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이전 행정부처럼 장밋빛 경제전망을 근거로 예산안을 짰다. 실업률은 올해말 4.7%로 떨어지고,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4.1%, 3.8%까지 낮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또 이후 7년간 3.8% 실업률이 유지될 것으로 백악관은 전망했다. 물가도 대규모 재정지출에도 불구하고 안정을 이어갈 것으로 백악관은 기대했다. 올해 2.1%를 기록한 뒤 앞으로 10년간 연간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2.3%를 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현재 실업률이 6.1%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4.2%를 넘어선 상황이어서 백악관이 지나치게 경제 상황을 낙관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박영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