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19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오미크론 변이종 BA.2.86을 감시대상에 추가했다. 돌연변이의 수가 많아 기존 면역체계를 뚫을 가능성이 제기돼 주목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피롤라(Pirola)란 별명이 붙은 BA.2.86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돌연변이 수가 BA.2보다 30여개나 많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COVID-19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해 이곳에 변형이 많을수록 기존 면역체계를 뚫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유전학 연구소장인 프랑수아 발루 교수도 BA.2.86를 2021년 말 오미크론 등장 이후 나온 변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바이러스라고 평가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홈페이지 캡처>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국립 혈청 연구소(SSI)의 모르텐 라스무센 선임 연구원은 "COVID-19가 그렇게 크게 변해 30개의 새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건 드문 일"이라며 "마지막으로 그런 큰 변화를 본 건 오미크론 변이였다"고 말했다.
시애틀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의 바이러스 진화학자 제시 블룸도 "오미크론이 처음 생겨났을 때와 비교할 정도로 큰 진화상 도약"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BA.2.86 감염이 보고된 국가는 총 4개국으로 지난 13일 이스라엘에서 첫 환자가 확인된 데 이어 덴마크 3건, 미국 2건, 영국 1건의 감염 사례가 나왔다.
BA.2.86의 위험성은 몇주 뒤에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의 감염병 전문가 피터 친 홍 박사는 그간 여러 변이종에 노출되면서 집단면역이 생겨난 까닭에 BA.2.86 감염 사례가 급증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WHO도 "새 변이가 잠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려지지 않았고 신중한 평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COVID-19는 3년 전 처음 등장한 이래 계속해서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를 내놓고 있다. WHO는 현재 BA.2.86을 포함 10여종의 변이를 감시 대상으로 지정해 추적하고 있다.
감시 대상으로 지정된 변이는 위중증 위험이 높거나 현존하는 백신이 제공하는 면역 체계를 뚫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 '관심 변이' 혹은 '우려 변이'로 격상될 수 있다. 다만, 현재 WHO는 COVID-19를 계절성 독감 정도로 관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최고단계인 우려변이로 지정된 COVID-19 변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박현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