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29일 오후 3시 45분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향년 100세로, 미국 대통령 중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29일 오후 3시 45분 고향인 조지아주에서 100세를 일기로 별세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출처 미 국립공원서비스.>
그는 조지아주 상원의원과 주지사를 거쳐 1976년 제39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재임 중 최대 업적은 1978년 성사시킨 '캠프데이비드 협정'이다. 이집트와 이스라엘 정상을 대통령 별장으로 초청해 수십 년간 이어진 중동 갈등 해소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한반도와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직접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만나 북미 협상의 물꼬를 텄다. 이후 2010년과 2011년에도 방북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힘썼다.
퇴임 후 더욱 빛났다. 1981년 설립한 카터센터를 통해 에티오피아, 수단, 아이티, 세르비아, 보스니아 등 국제 분쟁 지역의 평화 중재자로 나섰다. 저소득층을 위한 '해비타트 프로젝트'를 이끌며 주거 환경 개선에도 앞장섰다. 이런 공로로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1946년 결혼한 로절린 여사와는 75년간 애틋한 동반자로 살았다. 결혼 75주년을 맞은 2021년에는 "평생 내게 꼭 맞는 여성이 돼 줘서 특별한 감사를 표하고 싶다.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로절린 여사는 지난해 11월 96세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슬하에 4명의 자녀를 두었다.
2015년 암 투병을 극복했으나, 지난해 2월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 치료를 받아왔다. 카터 전 대통령은 생전 "워싱턴DC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고향 플레인스 집 앞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제임스 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