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인근 공항 상공에서 29일 발생한 여객기와 비행 훈련 중이던 군용 헬기 블랙호크(시코르스키 H-60)의 충돌로 탑승자 67명이 전원 사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진정한 비극으로 슬프게도 생존자가 없다"고 밝혔다.
묵념의 시간을 가진 뒤 회견에 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 수도와 우리나라 역사에서 어둡고 괴로운 밤이었다"며 "너무나 소중한 영혼을 갑작스럽게 빼앗긴 모든 사람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객기와 군용 헬기와의 충돌로 67명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출처 스카이뉴스 캡처>
그는 이어 항공기 운항과 관련한 안전을 담당하는 연방항공청(FAA) 청장 대행으로 FAA에 22년간 근무한 크리스토퍼 로슈로를 임명했다면서 구체적인 근거 없이 이전 정부에 사고 책임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 1기(2017∼2021년) 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2009∼2017년 재임) 시절 마련된 항공 안전 인력 채용 기준을 상향했으나 자신의 전임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채용 기준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주에 나는 항공 교통 관제사와, 다른 중요한 자리에 대해 요구하는 기준을 최고 수준으로 복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며 "나의 행정부는 항공 안전을 위한 최고 기준을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는 지난 29일 오후 8시53분께 아메리칸항공 산하 PSA 항공의 여객기가 워싱턴DC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려고 접근하던 중 상공에서 비행 훈련 중이던 미국 육군의 블랙호크 헬기와 충돌했으며, 이후 두 항공기는 근처 포토맥강에 추락했다.
<30일 워싱턴 DC 인근 공항에서 군용 헬리콥터와 소형 여객기가 충돌해 근처 포토맥강에 추락했다. 포토맥강에서 구조가 진행 중인 사진. 출처 CNBC 캡처>
사고 당시를 촬영한 영상에는 착륙을 위해 저고도로 비행하고 있던 여객기와 헬기가 충돌하면서 발생한 거대한 화염이 포착됐다.
시신 수습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여객기 승객 및 승무원 64명과 헬기에 탄 군인 3명 등 67명은 모두 사망했다. 사고 여객기는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을 태우고 미국 중부에 있는 캔자스주 위치토시에서 워싱턴DC로 가던 중이었다.
이와 관련, 여객기와 헬기의 충돌은 관제사의 비행 조율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객기가 착륙하려는 과정에서 헬기에 여객기와의 충돌을 주의하라는 경고가 무전으로 전달된 직후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존 도널리 워싱턴 DC 소방서장은 30일 오전 7시30분께 기자회견에서 "현 시점에서 우리는 이번 사고의 생존자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우리는 사고 여객기로부터 27구, 헬기로부터 1구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숀 더피 교통장관은 두 사고 항공기 기체를 발견했으며, 아메리칸항공 여객기 동체는 뒤집힌 채였으며, 3개의 다른 장소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또 동체 인양 작업은 이날 중 진행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더피 장관은 또 사고 당시 맑은 날씨였다고 설명하면서, "사고가 절대적으로 예방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고 여파로 로널드 레이건 공항의 이착륙은 전면 중단됐으며 이곳에 착륙할 예정인 항공기는 인근 볼티모어 국제공항으로 회항했다.
도널드 레이건 공항은 백악관, 연방의회, 국방부를 비롯해 중요한 정부·군사 시설에 인접해 있으며 공항 동쪽에 포토맥강을 끼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상공은 미국에서 가장 복잡한 항공로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추락한 여객기에는 한국계 피겨 스케이팅 유망주인 지나 한(Jinna Han), 1994년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 챔피언 출신인 러시아의 예브게니아 슈슈코바와 바딤 나우모프 부부를 비롯한 전현직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현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