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시청을 가득 메운 함성과 눈빛 속에는 과거의 고통을 딛고 미래로 나아가는 한인 사회의 힘이 담겨 있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우리는 다시금 다짐한다. 조국의 자유와 민족의 존엄을 위해 싸운 선열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이 땅에서도 당당히 목소리를 내고, 한국인으로서의 뿌리를 지켜 나가겠다는 다짐이다. <편집자주>
8월 16일, 샌프란시스코 시청은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의미로 물들었다. 무려 1천 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든 이번 행사의 감동은 숫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뜨거웠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한인회를 중심으로 새크라멘토 한인회, 샌프란시스코 체육회,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샌프란시스코지회, 재미한국학교 북가주협의회, 실리콘밸리 시니어봉사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샌프란시스코협의회 등 80여개 한인단체들의 결집해 개최된 이날 경축식은 북부 캘리포니아(북가주) 한인 단체 역사상 최대 규모의 광복절 행사로 기록됐다.

<8월 16일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광복 80주년 경축 행사가 북부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대 규모로 열리고 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광복절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주류 정치인들도 대거 참석해 축사를 전하며 한인사회의 기여와 역사를 기렸다.
광복 80주년 식전 축하 공연은 한국 전통무용단인 까투리무용단과 중고등학생으로 구성된 산라몬 한사모 공연단의 삼고무와 풍물놀이, 로웰 고등학교 댄싱팀 KOEX의 K-팝 안무로 시작됐다.
<식전 행사로 산라몬 한사모 공연단의 삼고무와 풍물놀이, 로웰 고등학교 댄싱팀 KOEX의 K-팝 안무가 펼쳐지고 있다.>
이어진 2부 공식 기념식에서는 국민의례와 묵념 후 북가주 지역을 대표하는 뉴콰이어 합창단이 애국가와 미국 국가를 합창했고, 아트태권도의 품세 시범도 곁들여져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본의 압제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위한 묵념 후 뉴콰이어 합창단이 애국가를 합창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대국민 메시지에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처음 열리는 경축식을 축하하고, 이를 위해 수고한 김한일 회장과 한인 단체들에 감사를 전한다는 영상을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대국민 메시지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김한일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한인회장은 경축사에서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은 미주 독립운동의 성지이고 미주 한인 역사의 중심이자 맹주”라며 “일본 정부의 결사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7년 9월 세계 대도시 최초로 샌프란시스코에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졌고, 당시 한국, 중국, 필리핀 등 2차대전 당시 일본에 의해 위안부 피해를 본 13개 커뮤니티가 함께해 그 의미가 컸다.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 알리는 홍보도 펼쳤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올해로 광복 80년을 맞았지만 우린 아직도 일본 정부의 사죄와 잘못된 역사관을 바꾸기 위해 21세기에도 계속 싸우고 있다”며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이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일제의 압제 속에서 자유와 조국을 위해 젊음을 바치고, 목숨을 던진 선열들의 외롭고도 숭고한 투쟁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고, 또 재외동포 사회가 이처럼 당당히 자리할 수 있었다. 그분들의 희생은 가슴 아픈 역사이자, 우리가 지켜야 할 영원한 빛이다”고 강조했다.

<김한일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한인회장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임정택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는 “어떠한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대한민국의 정신과 이같은 불굴의 의지로 이뤄낸 눈부신 경제를 비롯해 K-팝, K-드라마, K-푸드, K-화장품에 이르기까지 K-컬처가 세계 곳곳에서 피어나고 있다”며 “그러나 이 모든 환희와 자부심의 순간 뒤에는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지사들이 있었다. 우린 그것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고 말해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임정택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가 경축사를 하고 있다.>
하비에르 베세라 전 연방 보건복지부 장관, 커니 챈, 샤이앤 첸 샌프란시스코 수퍼바이저, 캐빈 박 산타클라라 시의원 등이 축사했다. 베세라 전 장관은 한국은 미국의 친구이자 파트너라며 광복 80주년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하비에르 베세라 전 연방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하비에르 베세라 전 연방 보건복지부 장관, 커니 챈, 샤이앤 첸 샌프란시스코 수퍼바이저, 캐빈 박 산타클라라 시의원>
다니엘 루리 샌프란시스코 시장, 영 김 연방 하원의원, 피오나 마 캘리포니아 재무장관, 최석호 캘리포니아 상원의원 등이 영상 및 서한으로 축하했다.

<다니엘 루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영상으로 축하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축하 영상을 통해 “타국에서 조국의 광복을 기념하는 세대를 이어온 여러분의 애국심을 서울은 절대 잊지 않겠다”고 했고, 유정복 인천시장도 “재외동포청과 함께 인천시도 샌프란시스코 한인사회와 꾸준히 소통하겠다. 다양한 교류 채널을 통해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릴리안 싱, 쥴리 탱 전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 판사와 현진에 있는 페트릭 톰슨, 마리사 천, 로저 찬, 미셸 통 고등법원 판사 등도 축사했다. 샌프란시스코 검찰청 형사부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강명진(영어명 Jean M Roland) 검사도 이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한국어로 자랑스러운 한인임을 내세워 주류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는 ‘한인 파워’를 보여줬다.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 전현직 판사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강명진(왼쪽) 부장검사가 서툰 한국어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뿌리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샌프란시스코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셰리프 국장으로 임명된 일본계 폴 미야모토 국장, 폴 예프 샌프란시스코 경찰국장, 한인으로 샌프란시스코 경찰국 서열 2위인 마크 임 부국장 등도 광복 80주년을 축하하고 한인사회의 비약적인 발전과 문화강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위상에 경의를 표했다.

<샌프란시스코 공권력의 최고 자리에 있는 아시안 3인방. 오른쪽부터 폴 미야모토 셰리프 국장, 폴 예프 샌프란시스코 경찰국장과 자랑스런 한인 마크 임 부국장.>
예프 경찰국장, 릴리 메이 프리몬트 시장 등은 광복 80주년을 축하한다는 내용을 담은 선언문과 감사장을 김한일 회장에게 전달했으며,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축하 서한을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한인회에 보냈다.


<폴 예프(위) 샌프란시스코 경찰국장, 릴리 메이 프리몬트 시장이 광복 80주년을 축하한다는 내용을 담은 선언문과 감사장을 김한일 회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 공동 준비위원장으로 봉사한 김순란 김진덕·정경식재단 이사장, 이모나 새크라멘토 한인회장, 최점균 민주평통 SF협의회장, 이진희 KOWIN-샌프란시스코 지회장, 최경수 실리콘밸리 시니어봉사회장, 이미전 재미한국학교 북가주협의회장 등이 무대 위에서 소개돼 이들의 헌신에 찬사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이들 외에도 화랑청소년재단, 한사모, 새크라멘토 한국학교 주니어봉사단 등 100여 명의 차세대가 자원봉사자로 나서 미래로 나아가는 한인사회의 새로운 원동력을 보여줬다.

<광복 80주년 경축식 준비위원장으로 불철주야 고생한 단체장들. 오른쪽부터 김순란 김진덕·정경식재단 이사장, 최점균 민주평통 SF협의회장, 이진희 KOWIN-샌프란시스코 지회장, 최경수 실리콘밸리 시니어봉사회장, 이모나 새크라멘토 한인회장, 이미전 재미한국학교 북가주협의회장.>
강석희 전 연방조달청 지역청장, 도널드 리드 한국전 기념재단(KWMF) 전 재무, 닐 페러 필리핀 총영사, 크랙 림 싱가포르 총영사, 테오 피터스 네덜란드 총영사, 토마스 혼 모나코 명예영사 등 쥬류 정치인 및 외교관들도 대거 참석해 한인사회의 힘을 보여준 자리로 평가됐다.
<외교관 등 귀빈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번 행사에 10만 달러를 후원한 송미영 씨를 비롯해 김진덕·정경식재단(3만 달러) 등 1만 달러 이상의 고액 후원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단체로는 실리콘밸리 시니어봉사회가 1만2,600달러를 후원했다.

<광복 80주년 행사에 1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고액 후원자 및 단체장.>
명예대회장으로, 해외에서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최고령 애국지사인 이하전 선생(1921년생, 건국훈장 애족장 수훈)에게 감사패가 전달됐다. 이 애국지사는 독립운동을 하다 투옥돼 3년 6개월 동안 옥고를 치뤘다. 이어 기념 케이크 커팅식, 광복절 노래 합창, 만세 삼창으로 광복 80주년 2부가 막을 내렸다.

<감사패를 받은 이하전 애국지사(위), 케이크 커팅식(아래)>
3부에서는 까투리 무용단의 어우동, 아트 태권도의 태권무와 격파 시범,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단의 창작무용 ‘잠시’, ‘놀음’, ‘출정’, ‘동해랩소디’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펼쳐져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만찬 역시 한국의 음식과 정을 나누며 교류를 이어가는 화합의 장이 됐다.


<까투리 무용단의 어우동, 아트태권도의 태권무, 한예종 무용단의 공연 중 '동해랩소디'>
행사가 끝나고 샌프란시스코 시청 건물은 태극기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푸른색 조명으로 뒤덮여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

<광복절 80주년을 맞아 샌프란시스코 시정부가 조명을 사용해 태극기를 연상시키는 색깔로 건물을 뒤덮으면 축하해주고 있다.>
행사에 자녀와 함께 참석한 제임스 김 씨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이처럼 큰 규모의 행사가 열려 감격스럽다”며 “이날 행사에는 한인 사회뿐 아니라 주류 사회의 시민들과 정치인들이 대거 함께해, 한인사회가 이 도시에 뿌리내린 깊은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고령의 또 다른 참석자는 “광복의 빛은 먼 타국에서도 꺼진 적이 없고, 샌프란시스코 시청 하늘에 울려 퍼진 노래와 환호가 가슴에 넘쳐났다”며 “오늘은 한인과 지역사회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긴 역사적인 날이자 한 세대의 꿈과 노력이 만들어낸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고 눈물을 훔쳤다.

<참석자들이 다함께 샌프란시스코 시청이 떠나갈 듯 대한독립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김판겸 기자>
다음은 행사 이모저모 사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