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20일 연방 이민 집행 기관(ICE 포함)이 학교·병원에서 신원을 숨기고 단속 활동을 벌이는 행위를 금지하는 이민자 보호 법안 패키지 5건에 서명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실은 이날 언론 보도자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 스티븐 밀러가 주도해온 이민 단속에 대응하기 위해 뉴섬 주지사가 이미자 보호 법안 패키지 5건에 서명했다며 이같은 단속을 금지한 미국의 첫번째 주가 됐다고 밝혔다. 백악관 부비서실장인 밀러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이끌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서명식에서 “공공 안전은 지역 사회와 법 집행 기관 사이의 신뢰에 달려 있다”며 “그러나 트럼프와 밀러는 그 신뢰를 무너뜨리고 미국 전역에 공포를 퍼뜨렸다. 이제 캘리포니아는 끝을 낸다. 학교와 병원은 혼란의 장소가 아니라 돌봄의 장소여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20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연방 이민 집행 기관이 학교·병원에서 신원을 숨기고 단속 활동을 벌이는 행위를 금지하는 이민자 보호법안 패키지에 서명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캘리포니앛 주지사실>
마이크 퐁(민주, 토런스) 주 하원의원은 아시아계 입법자 코커스 의장 자격으로 “이번 법안 서명은 학생과 가족이 학교에 가거나 병원 진료를 받는 일상에서 두려움 없이 살아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며 “AAPI(아시아·태평양계) 공동체는 특히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는 가장 취약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이민 단속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장치를 담고 있다. 패키지의 주요 내용은 ▲학교 보호: ICE가 교내에서 활동할 경우 가족에게 사전 통보해야 하며, 학생 정보와 교실 출입은 영장이나 법원 명령 없이는 금지된다 ▲병원 보호: 응급실 등 비공개 병원 구역은 영장 없이 단속할 수 없으며, 의료진이 수집한 이민 정보는 철저히 의료 정보로 보호된다 ▲신원 공개 의무: 연방 이민 단속관 및 법 집행관은 이름 또는 배지 번호로 반드시 신원을 공개해야 하며, 가면 착용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된다 ▲사칭 행위 금지: 연방 요원 사칭은 범죄로 규정된다 등이다.
주지사실은 트럼프 대통령과 밀러 부비서실장의 이민 정책은 대규모 체포와 추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ICE 요원들은 시민을 오인 체포하거나 신원을 숨기고 활동하며, 과거 교회·학교·병원 같은 ‘안전지대’를 지켜왔던 관행을 무너뜨려 학생 결석 증가와 지역 사회 불신을 초래했다는 것.
연방 대법원이 “외모나 직업”에 따라 단속 대상을 정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라틴계 주민들, 특히 캘리포니아 라티노 사회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ICE 구금자의 70.8%는 전과가 없는 사람으로 드러났다.
뉴섬 행정부는 주 교정국(CDCR)이 연방 정부와 1만 건 이상 협력한 사실을 강조하며, 트럼프 측의 ‘캘리포니아가 협조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다만 뉴섬 주지사는 교정국의 ICE 협력 범위를 제한하는 일부 법안은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보도자료를 통해 이민자 추방은 캘리포니아 경제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추방이 시행될 경우 캘리포니아 경제에서 2,750억 달러와 연간 세수 230억 달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농업·건설·재난 복구 현장 등에서 이민 노동력 상실은 물가 상승과 공급 지연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섬 주지사는 “이민자와 그 후손들이 캘리포니아를 세계 4위 경제로 이끈 주역”이라며 “연방정부와 달리 캘리포니아는 이민의 기여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늘(19일) 뉴섬 주지사가 서명한 5개의 패키지 법안은 다음과 같다.
■AB 49 (알 무라츠치 의원, 토런스): 학교 내 이민 단속 제한
■SB 81 (제시 아레긴 상원의원, 버클리): 의료·돌봄 시설 내 정보 보호
■SB 98 (사샤 르네 페레스 상원의원, 패서디나): 교육기관 내 단속 시 가족 통보
■SB 627 (스콧 위너 상원의원, 샌프란시스코): 법 집행관 신원 공개·가면 금지
■SB 805 (사샤 르네 페레스 상원의원, 패서디나): 범죄 관련 규정 강화
<김판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