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부담에 갇힌 미국 경제 인식
트럼프, 2026년 앞두고 설득 시험대
2025년이 저물어가는 가운데, 미국인들의 경제 인식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져 온 흐름을 다시 한 번 반복하고 있다고 21일 CBS 뉴스가 여론조사를 통해 보도했다. 물가 부담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면서 다수의 미국인들은 여전히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은 2026년에도 주요 정치·사회 이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CBS 뉴스와 유고브가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는 올해 12월 17일부터 19일까지 미국 성인 2,3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은 성별, 연령, 인종, 학력, 그리고 2024년 대선 투표 성향을 기준으로 가중치가 적용됐고, 오차 범위는 ±2.5%포인트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많은 미국인들에게 미국은 “살기 비싼 나라”로 인식되고 있으며, 식료품과 주거비 같은 기본적인 생활비 감당이 쉽다고 답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고, 특히 주거와 의료비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쉽다’는 응답보다 훨씬 높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국정 연설을 통해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은, 2026년을 앞두고 설득의 부담을 안게 되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21일 CBS 뉴스는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미국인들은 여전히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2026년에도 주요 정치·사회 이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출처 백악관 홈페이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2025년에 개인의 재정 상황을 실제로 개선해줬다고 답한 사람은 5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2026년에 대한 기대는 2025년보다는 다소 높아졌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공감을 얻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취임 직전과 비교하면, 그의 정책이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비율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미국인들일수록 그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는 경향도 뚜렷하다. 이는 새로운 관세 정책에 대한 반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물가 인하에 충분히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과도 맞물려 있다. 실제로 물가 안정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응답자들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더욱 강하게 ‘트럼프의 경제’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의 경제 및 물가 대응에 대한 평가는 최근 몇 달간의 하락세를 멈추고 소폭 반등했다. 11월에 기록한 최저치보다는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전체 국정 운영 지지도 역시 1%포인트가량 상승했으나, 다수의 미국인들은 대통령이 현실보다 경제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반적으로 미국인들은 현재 경제 성적을 ‘C’나 ‘D’ 또는 그 이하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완전히 고착된 상태는 아니다. 조사 대상자 중 상당수는 새해에 대통령의 정책이나 성과에 따라 평가가 바뀔 수 있다고 답했으며, 현재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응답자 중 약 4분의 1도 마음을 바꿀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꼽은 조건 역시 경제 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중산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상당 부분 얻었지만, 현재는 미국인 3분의 2가 그가 중산층보다는 부유층에 유리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 같은 응답 비율은 올봄보다 더 높아진 수치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 확산, 대규모 추방 정책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 그리고 의료 정책 등 다양한 변수들이 2026년 미국인들의 가계 사정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제 분야별로 보면 미국인들은 주택이나 제조업보다 기술 산업에 대해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주식시장과 투자 확대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떠오른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강하다. 다수는 AI가 일자리를 늘리기보다는 줄일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정부 정책 역시 AI를 적극 장려하기보다는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민과 추방 정책 역시 경제 인식과 깊게 연결돼 있다. 추방 정책을 지지하는 이들은 이민자들이 떠난 뒤의 일자리가 시민권자나 합법 이민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보는 반면, 반대하는 이들은 상당수의 일자리가 결국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경 통과가 올해 줄었다는 인식은 여전히 다수의 공감을 얻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 지지도가 경제 정책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의료 분야에서는 대다수 미국인들이 건강보험개혁법에 따른 세액 공제 연장을 원하고 있으며,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40% 이상이 이에 동의했다. 또한 많은 응답자들은 행정부의 정책이 건강보험료를 오히려 인상시키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최근 제약사들과의 합의를 통한 약가 인하 발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약가 정책에 대해 비용을 낮추고 있다는 확신은 아직 형성되지 않은 모습이다.
국제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2025년보다 세계 평화와 안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상황을 보다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압도적이다.
<이온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