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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봉 테크 직군 위주, 소방관·교사 설 곳 없는 ‘지속 불가능한 도시’

 

탈 실리콘밸리 꿈꾸지만 발 묶인 주민들…AI 붐인데 '고용 없는 성장'


조인트 벤처 실리콘밸리 조사 응답자 96%, 생활비 부담 1순위
 

 

미국 혁신의 심장부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산타클라라 카운티) 주민 10명 중 4명이 치솟는 주거비와 생활비를 견디지 못하고 지역을 떠날 고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기술 패권은 공고해졌지만, 정작 이곳을 지탱하는 시민들의 삶의 질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지역 싱크탱크 ‘조인트 벤처 실리콘밸리’가 최근 발표한 연례 설문조사에 따르면 산타클라라 카운티 거주자의 약 40%가 “향후 몇 년 안에 지역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이는 과거 최고치(57%)에 비해 다소 낮아진 수치지만, 여전히 주민 상당수가 정주 여건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리콘밸리.png

 

<조인트 벤처 실리콘밸리가 발표한 연례 설문조사에서 산타클라라 카운티 거주자의 약 40%가 지역을 떠날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해 제작했음>  

 

러셀 핸콕 조인트 벤처 CEO는 “지표상으로는 주민들의 만족도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실제 이주 패턴보다는 현재 주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피로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주민들이 이주를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압박이다. 응답자의 96%가 '생활비 부담'을 1순위로 꼽았으며, '높은 주거비(53%)'가 뒤를 이었다. 은퇴 계획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0%가 "높은 물가 때문에 원하는 시기에 은퇴할 자신이 없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역설적이게도 산타클라라 카운티는 여전히 글로벌 혁신의 중심지다. 특히 최근 AI 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이 지역으로 쏠리고 있다. 하지만 베이 지역 위원회의 맷 리건 부회장은 현 상황을 "고용 없는 테크 붐"이라고 정의했다. 투자가 하드웨어와 칩, 지식재산권에만 집중될 뿐 실제 채용 인원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2022년부터 2025년 사이 테크 부문의 대규모 정리해고로 인해 약 6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이는 지역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됐다. 리건 부회장은 "테크 중심 경제는 원격 근무에 취약해 팬데믹 기간 인구 유출이 타 지역보다 심화됐다"고 덧붙였다.


"소방관은 어디 사나"…중산층 붕괴 위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주거 공급 부족이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속도를 주택 건설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산호세 지역의 아파트 임대료는 최근 2년간 12.5% 급등했다. 이는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상승 폭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고비용 구조'가 지역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엔지니어 등 고연봉 직군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교사, 소방관, 서비스직 노동자 등 도시 유지에 필수적인 중산층과 서민층이 쫓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리건 부회장은 "모든 직업에 수십만 달러의 연봉과 박사 학위가 필요한 도시 구조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고 주거 인프라를 확충하지 않으면 지역 사회 자체가 해체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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