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한미시니어봉사회 최경수 회장 긴급 기자회견
“정관에도 없는 70세 커트라인은 명백한 연령 차별이자 독단”
한인 사회 공정성 훼손 우려…“법적 대응 및 철회 요구할 것”
<19일 실리콘밸리 한미시니어봉사회 최경수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 이민 사회의 중심지 중 하나인 실리콘밸리 한인 사회가 차기 회장 선거를 둘러싼 '연령 제한' 논란으로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관련 기사 https://koreadailytimes.com/news/85037>
제23대 실리콘밸리 한인회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만 70세 이하' 규정이 특정 후보를 배제하기 위한 독소 조항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실리콘밸리 한미시니어봉사회 최경수 회장은 19일 산호세의 실리콘밸리 한미시니어봉사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 관리의 절차적 부당성과 연령 차별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노인회 회원 40여 명이 참석해 "시니어들의 사회적 참여를 원천봉쇄하는 처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70세 연령 제한에 반대하는 한인들이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최경수 회장의 발표를 듣고 있다>
정관에도 없는 '70세 제한', 누구 위한 규정인가?
최경수 회장은 이날 발언을 통해 "미국이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나이를 기준으로 커트라인을 정한다는 사실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며 포문을 열었다.
최 회장에 따르면 현행 한인회 정관 어디에도 회장 출마 자격을 70세로 제한하는 명시적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관련 규정을 모두 검토했으나 연령 제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측은 현 한인회 이사회의 지침에 따랐다고 주장하나, 선거 규정은 선관위가 독립적으로 투명하게 마련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선관위가 제시한 자격 요건 중 '만 25세 이상 70세 이하' 규정은 최 회장(1955년생)을 포함한 경험 있는 시니어 인사들의 출마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70세는 인생의 경험과 노하우가 정점에 달해 지역사회를 위해 가장 왕성하게 봉사할 수 있는 나이"라며 "이를 제한하는 것은 시니어들을 사회적으로 '고려장' 지내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절차적 불투명성과 정당성 상실
이번 사태의 더 큰 문제점은 선거 관리의 '불투명성'에 있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선관위 구성과 공고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급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통상 선거 수십 일 전 전 공고가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후보자 등록 마감을 불과 며칠 앞두고 기습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선관위 위원들조차 본인들이 70대 중후반이면서 후보자에게만 70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법상 명백한 차별"… 법적 공방 예고
이번 규정이 미국 내 연령차별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법은 공공단체나 비영리 단체의 운영에 있어 인종, 성별, 연령에 따른 차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사안은 단순히 개인의 명예나 자리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우리 한인 사회가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가에 대한 원칙의 문제"라며 "부당한 연령 제한 조항이 철회될 때까지 동포들의 서명을 받아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노인회 회원들은 공정한 선거를 요구하는 서명지에 이름을 올리며 최 회장의 행보에 힘을 보탰다.
이들 참석자들은 "이번 사태는 한인회 운영의 폐쇄성과 구태의연한 선거 방식이 빚어낸 참사다. 특히 '나이'를 이유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행위는 고령화 시대의 사회적 흐름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 법상으로도 말이 안된다"며 "실리콘밸리라는 혁신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정작 한인 사회는 '불통'과 '차별'의 늪에 빠져 있다는 비판을 받게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9개월 임기 연장?… 비상대책위 체제 시도
이어 제15대 실리콘밸리 한인회장을 역임한 김호빈 한우회(전직 실리콘밸리 한인회장단 모임) 회장은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의롭지 못한 과정을 묵과할 수 없어 이 자리에 섰다”며 참석 이유를 밝혔다.
<김호빈 한우회 회장이 제23대 실리콘밸리 한인회장 선거가 갑작스럽게 진행된 이유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 회장의 이날 발언에 따르면 현 회장단은 당초 차기 회장 선거를 치르지 않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9개월을 더 끌고 가려 했다.
김 회장은 "3월에 한인회장 임기가 끝나는데도 선거 공고가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겨 한우회 회원들과 함께 1월 말 우동옥 현 회장을 만나게 됐다"며 "그 자리에서 우 회장은 2026년 1월 1일 발효되는 새 정관을 빌미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9개월에 임기를 더 끌고가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해 개정한 정관에 회장의 임기가 1월 1일부터 시작된다고 했으니 본인의 임기를 줄일 수는 없고, 비상대책위원회로 9개월을 더 하겠다는 주장이었다"며 "2026년 한 해 동안의 리더십 공백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임기를 연장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그가 연장에 강하게 항의하자, 이사회와 논의하겠다고 한 후 10여 일이 지나서 갑작스러운 선거 공고가 나왔다며 준비 기간과 등록 기간이 비상식적으로 짧아진 배경을 설명했다.
‘70세 제한’과 ‘영어 능력’… 진입장벽인가?
김 회장은 논란이 된 ‘70세 연령 제한’과 ‘영어 소통 능력’ 규정에 대해서도 냉철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한인회장 후보자 예외 조항에 선관위원 3분의 2 찬성으로 예외가 인정된다고 해도 이사회 승인이 있어야 한다"며 "현 이사회가 이를 승인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구조"라고 전했다.
지역 인사들 “공정한 경쟁 아니다, 왜 이러는가”
안상석 전 실리콘밸리 한인회장, 정승덕 SFP실리콘밸리한인상공회의소 회장, 이영숙 몬트레이 문화원장, 캐빈 박 산타클라라 시의원 등이 차례로 발언자로 나서 현재 진행 중인 선거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안상석 전 실리콘밸리 한인회장이 이번 한인회 선거에 문제점 등을 말하고 있다>
이들은 첫 기자회견 이후 단 6일 만에 후보 등록을 마감하는 촉박한 일정, 만 70세 연령 상한, 인상된 공탁금, 제한적인 공고 방식 등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사실상 경쟁 없는 선출이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또한 절차만으로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며, 공동체의 신뢰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선거를 서두르는 것보다 공정성을 회복하고 신뢰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책임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선관위 “연령 제한 철회할 생각없다”...경선으로 치러질지도
한편 남중대 선관위원장은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후보 등록이 하루 남은 시점에서 70세 연령 제한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며, 현 한인회가 만든 선거세칙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까지 출마를 희망하는 당사자 2명이 직접 등록 서류를 받아갔다"며 실리콘밸리 한인회장 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럴 경우 투표 장소를 묻는 질문에 "한인회관 한 곳"이라고 답했다. 실리콘밸리 한인사회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에 한인들이 많이 찾는 마켓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가 아닌 최근에 옮긴 한인회관에서만 투표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전 경선에서는 유권자를 고려해 한인회관과 마켓 두 곳 등 총 세 곳에서 투표가 이루어졌다.
지난 공고에도 경선일 경우 후보자 정견 발표 날짜만 나와 있을 뿐 투표 장소는 애초에 나와 있지도 않아 준비 부족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김판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