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주유소 가격...미 평균 한 달 새 30% 급등
캘리포니아 가솔린 가격 전국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 내 가솔린 가격도 동반 폭등하고 있다. 미국이 하루 1,300만 배럴의 원유를 쏟아내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생산량 1위를 기록 중임에도 불구하고, 미 국민들이 '기름값 고통'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17일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내 평균 가솔린 가격은 갤런당 3.79달러를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전 2.92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30%가량 폭등한 수치다. 디젤 가격 역시 갤런당 5달러를 돌파하며 2022년 말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버나드 야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주유소에서 채우는 기름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결국 가격은 글로벌 시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벼운 미국산, 무거운 정유 시설'의 미스매치
미국이 산유국임에도 수입에 의존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원유의 질'과 '정유 시설의 구조' 사이의 불일치에 있다.
CBS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대부분 품질이 좋은 '경질유(Light Crude)'다. 반면, 텍사스 걸프 연안에 집중된 미국의 주요 정유 시설들은 과거 베네수엘라 등에서 수입하던 끈적거리는 '중질유(Heavy Crude)'를 처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에르네스트 모니즈 전 미 에너지부 장관은 "산지별 원유는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다"며 "미국 내 정유 시설을 저유황 경질유용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자국산 경질유 1,100만 배럴을 수출하는 동시에, 정유 시설에 적합한 원유 800만 배럴을 매일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항공료 등 물가 전반 압박... "기름값 오르면 다 오른다"
유가 상승의 여파는 도로 위를 넘어 하늘길까지 번지고 있다.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인해 항공사들이 잇따라 요금을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이치뱅크의 분석에 따르면, 이달 말 예약 기준 미국 내 항공권 가격은 노선별로 최소 15%에서 최대 124%까지 급등했다. 특히 대륙 횡단 노선의 평균 요금은 100% 이상 올랐으며, 플로리다나 카리브해 등 주요 휴양지 노선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산업 전반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윌리 시 교수는 "국제 유가가 오르면 결국 모든 물가가 따라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한편 캘리포니아의 가솔린 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지만, 주의회가 있는 새크라멘토 정가는 책임 소재를 두고 유례없는 정쟁에 휩싸였다.
캘리포니아 전국 최고가 경신..."갤런당 7달러 오나"
17일 AAA 자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평균 가솔린 가격은 갤런당 5.5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인 3.79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미 50개 주 중 유일하게 5달러 선을 넘긴 수치다. 특히 베이 지역은 이미 6달러 이상인 주유소가 대부분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가스비가 7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유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북부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 대부분의 주유소 가솔린 평균 가격이 6달러를 넘겼다. 출처 코리아데일리타임즈>
개빈 뉴섬 주지사 "이 모든 것은 트럼프의 전쟁 탓"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최근 성명을 통해 현재의 에너지 위기를 연방 정부의 실책으로 규정했다.
뉴섬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안도 없이 이란과의 전쟁을 촉발해 전 세계적인 유가 폭등을 일으켰다"며 "미국 내에서 원유를 더 판다고 해서 글로벌 시장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공화당이 제안한 '가스세 일시 중단'에 대해 "세금을 깎아줘 봐야 그 혜택은 소비자 대신 정유사의 주머니로 들어갈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판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