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 기한이 9월 30일로 보름 남짓한 가운데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같은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과 갈등에 직면하면서 미 연방정부 폐쇄(셧다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13일 CNN 등 언론에 따르면 매카시 의장은 이날 오후 하원 본회의에 내년도 예산안의 부수 법안인 중 하나인 8860억 달러의 국방비 지출안을 다루려고 했으나 토론 개시 여부에 대한 표결을 약 2시간 앞두고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로 연기했다.
공화당 내 강경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을 비롯한 강경파들은 매카시 의장이 2024 회계연도 정부 지출을 2022년 수준인 1조4700억 달러로 제한하는 데 동의할 때까지 어떤 예산안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5월 매카시 의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2024 회계연도 정부 지출에 관해 합의한 수준보다 1200억 달러 낮은 수치다.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같은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들과 갈등에 직면하면서 연방정부의 폐쇄(셧다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출처 MSNBC 캡처>
공화당 하원의원 다수는 해당 국방비 지출안에 반대하지 않지만 강경파를 중심으로 일부 의원은 매카시 의장이 더 단호한 태도로 민주당과 협상하라는 취지로 표결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하원은 공화당(222석)이 다수당이며 민주당 212석으로 이뤄져 있다. 1석은 공석이다. 공화당 자력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강경파 이탈 등으로 4표 이상 부족하면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프리덤 코커스의 맷 게이츠 의원은 하원 연설에서 “하원이 나아갈 길은 당신(매카시 의장)이 우리와 합의한 바를 즉시 완전히 따르거나 당신을 내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매카시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그들(강경파)과 두 달 넘게 함께 일(논의)했다”고 말했다.
전날 매카시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지시했다. 핵심은 차남 헌터의 비리 의혹에 바이든 대통령이 관련됐는지 여부다. 헌터는 탈세·총기 소지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일각에서는 실제 탄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적은데도 매카시 의장이 당내 강경파를 달래기 위해 ‘바이든 탄핵 조사’ 카드를 꺼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다만 예산안이 하원을 통과해도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을 통과하기는 어렵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는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매카시 의장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그의 리더십이) 새로운 시험대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이제 미 상·하원은 2024 회계연도 시작 전날(30일)까지 연방정부의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연방정부 업무는 셧다운되고 소속 공무원은 일손을 놓은 채 무급휴가를 떠나야 한다. 일부 안보·치안·안전 등의 필수 기능은 유지된다.
그동안 연방정부 셧 다운 위기는 의회 정당 간 합의가 어려워 종종 발생했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거의 매년 반복됐다. 의회는 기한 내 예산안을 처리하는 대신 특정 날짜까지 유효한 잠정예산안(continuing resolution)을 통과시켜 셧다운을 늦추기도 한다.
<박현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