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미국 민주당의 무슬림 여성 하원 의원 2명의 자국 방문을 거부했다.
15일 뉴욕타임스 등 언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아르예 데리 내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정부는 미국 연방하원의 일한 오마르 의원과 라시다 틀라입 의원의 입국을 불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한 오마르(오른쪽), 라시다 틀라입 연방 하원의원.>
데리 내무장관은 성명에서 "이들이 미국에서 '이스라엘 보이콧' 활동을 했다"며 "네타냐후 총리 등과 협의한 끝에 두 의원의 이스라엘 방문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입국 금지의 근거로 지난 2017년부터 시행된 이스라엘 보이콧 외국인 입국 금지 법안을 내세웠다. 이 법안은 이스라엘이 웨스트 뱅크 지역의 점령을 끝낼 때까지 경제, 문화, 학문 등의 영역에서 반 유대주의 운동을 하는 외국인의 입국을 원천 차단 하는 것으로 현재까지 14명이 이 법안의 적용을 받아 이스라엘 입국이 금지됐으며 미국 의회의 의원이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방문 금지 결정 직후 "세계 어느 나라도 이스라엘보다 미국과 미국의회을 존중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이스라엘 법은 이스라엘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으며 라입, 오마는 미국 의회에서 이스라엘 보이콧을 부추기는 주요 인물들"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오마 의원은 이스라엘 입국 거부 결정 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최근 행동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배울 권리를 가진 하원 의원들의 권한을 제한한 모욕"이라며 "중동에서 유일하게 민주주의 국가이면서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트럼프와 같은 이슬람 혐오주의자들과 동조해 온 네타냐후 총리의 성향을 고려할 때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번 두 의원의 입국거부에 대해 민주당 뿐만 아니라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이스라엘의 결정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 및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내 지지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두 의원과 나는 정치적으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지만 그들의 이스라엘 입국을 불허하는 것은 실수"라며 "이를 통해 그들이 원하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정당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온안 기자>